
더불어민주당의 두 차례의 대선 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자가 90%에 가까운 득표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후보자의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언론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일보는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이 대세론이지만 검증까지 부실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고, 조선일보는 “제왕적 총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일보는 21일 <90% 득표 민주당 '어대명' 경선... 그렇다고 검증 부실 안된다>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은 투표율이 지난 대선 경선에 비해 높아졌다며 ‘정권교체, 정권창출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당원들이 투표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당 안팎에선 ‘컨벤션 효과’는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경선장에서도 방송토론에서도 후보 검증을 위한 날 선 문답은 사라졌다”며 “정책 검증과 관련해 증세·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등이 쟁점이 됐지만, 모범답안을 주고받는 수준에서 그친다. 도덕성 검증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갑작스러운 경선 규칙 변경에 이어 ‘경선 정당성마저 흔드는 심각한 범죄’라는 반발이 나올 정도로 불공정 시비가 거듭 불거지는 상황”이라며 “정치 실패는 대개 오만함에서 비롯된다. 민주당이나 이 전 대표나 대세론만으로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만큼 큰 오산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도 이날 <득표율 90%, '이재명 1인 정당'은 위험하다”는 사설에서 “이 후보가 1년 전 민주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전당대회에서 기록한 민주당의 역대 최고 득표율(85.4%)을 넘어선 것”이라며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득표율이다.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다양성과 치열한 내부 노선 투쟁을 개혁의 원동력으로 삼았던 정당”이라며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 방해가 되는 당헌·당규는 바꾸고, 그의 정책 구호인 ‘기본 사회’를 당 강령에 명시했다. 이 후보를 위한, 이 후보의 정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70년 역사의 민주당이 이토록 사당화된 적은 이제껏 없었다”며 “여기에 이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입법·행정 권력이 완전히 한 사람 손에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