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을 상정해 표결 절차를 진행하려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요청하자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8일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39년 만에 하는 헌법 개정안, 비상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어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무산시켰고, 오늘은 무제한 토론을 하겠다고 하니 의장으로서 모든 절차를 중단한다"며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매우 아쉽다. 개헌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명하고, 쟁점이 없어 여야 간에도 얼마든지 합의가 가능한, 사실상 내용적 반대가 전혀 없는 개헌안을 놓고도 개헌의 문을 열지 못했다"면서 "이번 개헌안은 전부 국민의힘이 국민들께 약속했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불법 계엄을 반성한다', '반대한다'고 한 소리는 다 어디로 간 것인가"라며 "불법 계엄 봉쇄 개헌까지 필리버스터를 걸면서 이러고도 ‘내란당’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개헌은 정부의 1호 국정과제이기도 하고, 특히 이번 개헌안은 민주당의 역사와 정체성 속에서도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의힘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서 개헌 추진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바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후의 개헌 논의를 위해서도 이 점을 잘 새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은 국가의 안위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개헌마저 반대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께 약속했던 개헌 논의가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후반기 국회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개헌 논의를 이어가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주시길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법은 선거 일정에 맞춰 서둘러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가치와 권력 구조를 담는 국가의 기본 약속인 만큼, 충분한 숙의와 국민적 공감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개헌의 걸림돌처럼 몰아붙이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개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 일정에 맞춰 일부 내용만 급하게 처리하는 ‘누더기 개헌’을 경계하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에 재적의원 3분의 2라는 높은 기준을 둔 이유는 개헌만큼은 압도적인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합의 없는 속도전은 오히려 개헌의 정당성과 국민적 신뢰를 약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은 본회의 표결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여야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국회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라도 여야가 함께 개헌특위를 구성해 헌법 전문부터 권력 구조 개편까지 차분하게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민주당 역시 정치적 압박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책임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심민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