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팬덤 정치 확산에 대한 문제점으로 "상대방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독선과 독단을 조장하고 묵인해 대립과 분열을 초래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미국, 일본은 팬덤 정치라는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가 팬덤 정치의 시작으로, 그 움직임은 두 차례에 걸친 대통령 탄핵·파면을 거치며 더욱 강해졌다"면서 "미국은 트럼프 정권이 내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정점에 달하고 있으며, 일본도 아베 정권에서 싹튼 팬덤 정치가 다카이치 정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덤 정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회 양극화와 '효능감'을 지적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로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고, 개별 정책보다 호불호로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이겼을 때의 기쁨은 끊을 수 없는 약을 복용하는 감각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모든 '1강 체제'에서 독선과 독단은 일란성 쌍둥이와 같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이윽고 큰 반동이 예외 없이 찾아온다"며 "여기서 시민사회의 힘이 시험대에 오른다. 다만 건전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팬덤 정치는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정반대에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제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봐온 한국 대통령들은 저마다 자신감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점차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됐다"면서 "이는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이마르 헌법하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대두한 사례를 들 것도 없이 의원내각제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폭주나 일탈을 억제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라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우선시하는 팬덤 정치는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묵인해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대립과 분열을 초래한다"며 "정치 지도자의 독선이나 태만은 선거에서 심판받지만 그때 시민사회가 적절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 레거시 미디어가 의제 설정 능력을 강화하는 것과 정당정치의 기능 회복이 시급하다"면서도 "다만 SNS의 범람과 극단적인 진영 논리가 확산되면서 중도의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 전 위원장은 '12·3 비상계엄으로부터 약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후유증으로 여전히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말에 대해서는 "비상계엄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만 한국은 지금 여야 모두 소수 강경파의 목소리에 집단 전체가 흔들려 본말전도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여당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빼앗고, 대법원 판사를 대폭 증원하는 등 사법부를 무력화하면서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려는 듯한 정치적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후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첨예하다. 정당정치의 기능 부전은 오히려 야당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며 "한일 모두 지금의 제1야당을 한 번 완전히 무너뜨려야 한다. 일본에서 흔히 ‘해당적(解黨的) 재출발’이라고 하는데, 건물의 반파 상태가 더 위험하듯이 완전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도 더 빠르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한일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배경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본이 진지하게 역사 문제를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는 충격 요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권은 출범 당초부터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지만 한국 헌법재판소는 2011년 8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부작위’라고 결정했다"며 "그해 연말 교토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다뤄졌지만 당시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법적으로 해결됐다’고 반복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은 2011년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독도 방문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저는 반대했다"며 "한일 관계는 좋은 방향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그해에는 이 전 대통령이 단념했지만 이듬해에는 결행했다"고 덧붙였다.
심민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