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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오정근 칼럼]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자본주의 근간 훼손 한국경제 도약 저해

韓,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장악해 AI 시대의 실질적인 승자로 부상
성과급 제도화, AI시대 맞아 도약 시작된 한국경제의 발목잡기
정부·노조, 때아닌 분쟁으로 호황 날려서는 안 돼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자본주의 근간 훼손

 

자본주의란 문자 그대로 자본가들이 자기자본과 투자자들의 타인자본을 모아 투자해서 기업을 경영하는 경제체제다. 여기서 적극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자본가는 경영진이 되고 소극적으로 자본만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초기 비공개 기업의 경우에는 벤처 투자자들이 대부분이고 기업이 성장해 공개한 공개기업의 경우에는 주식투자자들이다. 금융회사들의 대출도 포함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진 즉 기업가(entrepreneur)들이다. 기업가들은 투자해서 생산한 제품들이 팔릴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타인자본까지 끌어들여 투자를 결정하고 인력을 고용해서 생산활동을 한다. 케인즈는 이러한 정신을 ‘동물적 근성’(animal spirit)이라고 하고 슘페터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하며 기업경영의 본질을 혁신이라고 보았다. 말하자면 “창조적 혁신”이다. 새로운 발명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 개척, 값싼 원료 발견, 비용이 적게 드는 생산방법을 찾아내는 일 모두가 혁신이다. 기업가의 혁신이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현대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이 점점 강조되는 이유는 기업가 정신을 갖춘 기업가는 불확실한 환경에 신속·유연하게 대처할 뿐 아니라, 혁신적 활동을 하고 기업가 정신을 갖춘 기업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려는 시도를 해 과학과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기업가 정신을 갖춘 기업가는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켜 국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 경남 진주 지수초등학교 동기동창들이 한국의 삼성, LG, GS, 효성 그룹을 창업해 발전시켰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의 대기업 그룹 창업자들을 다수 배출한 지수초등학교는 지금은 한국기업가정신학교로 활동 중이다.

 

지금 한국에서 큰 이슈가 된 반도체만 하더라도 삼성을 창업한 호암 이병철이 1983년 2월 8일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알린다. 이후 시분초를 다투는 숨 가쁜 과정이 이어졌다.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드디어 1983년 9월 기흥공장 기공식을 하고 6개월 내에 공사를 마쳐 마침내 한국에 반도체 시대를 열었다. 당시에는 일본의 반도체가 세계 최고이던 시대였다.

 

드디어 2026년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시작 43년 만에 한국의 반도체는 그 꽃을 활짝 피우기 시작했다. 기업 이익은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은 753조원에 달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95조원의 약 네 배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낸 법인세를 포함한 국세 수입은 450조원을 넘어서 올해 초과 세수가 35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부분이 반도체와 관련된 기업들에서 나온 결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000조원의 시가총액을 돌파하면서, 한국 증시의 체급이 글로벌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1월 22일에 국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원의 벽을 허물었고, SK하이닉스는 2026년 5월에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하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핵심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성장은 일본의 자동차와 부품 산업이 전기차 및 AI 전환기에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을 장악하며 AI 시대의 실질적인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1인당 GDP도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다.

 

2028년에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일본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합계 수익을 넘어설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이 나오면서 일본 산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 속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골드만삭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6년 355조원을 기록한 뒤 2028년에는 495조원(약 344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상장기업 영업이익 상위 100개사의 합산 추정치인 약 42조엔(약 37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SK하이닉스의 약진도 거세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5월 들어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증시 두 번째 ‘천조 클럽’에 입성했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2028년 영업이익 역시 40조엔(약 35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국 반도체 두 강자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8년경 일본 전체 상장 기업의 이익 규모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 대역폭 메모리(HBM), DDR5, 서버용 SSD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2028년까지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하며 한국 기업들의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호황은 한국경제 전체의 체질 개선의 결과라기보다는 아직은 반도체와 관련 산업에서 나오고 있다. 1분기 유가증권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에서 나왔다.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않고 있는 구조다. 자영업자들은 내수 부진과 고금리에 비명을 지르는 ‘성장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고유가와 고금리, 중동 리스크,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은 진행형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는 구조적 흐름도 달라진 게 없다.

 

지금의 반도체발(發) 역대급 호황은 우리에게 개혁의 고통을 감내할 소중한 ‘재정적 완충지대’를 제공하고 있다. 넘쳐나는 세수 보너스를 어떻게 쓸 것인가는 다음 세대와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늘어나는 세수로 AI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 핵심 공급망 구축 등 미래 세입 기반을 넓히고, 노동과 교육 등 구조개혁의 실탄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2026년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반도체 공장 착공 43년 만에 그 수많은 불확실성을 딛고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드디어 한국의 반도체가 꽃을 활짝 피우기 시작하자 엄청난 성과급이라는 이름으로 노조의 파업이 시작된 것이다. 삼성의 근로조건은 입사시험을 삼성고시라고 부르는 정도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1인당 약 8억원 내외로 추정되는 성과급을 주장하며 한국경제의 근간인 반도체 산업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성과급 제도화는 도약 시작된 한국경제의 발목잡기

 

오랜 불확실성 속에서 힘겹게 투쟁해 오던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43년 만에 꽃을 활짝 피우기 시작하자마자 성과급을 제도화하고 상한을 철폐하라는 주장은 한국경제를 추락시키겠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지금도 대만은 TSMC 등 한국을 앞지르고 있고 일본도 권토중래를 노리고 착공 2년 만에 구마모토 공장을 완공하는 등 약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전력을 끌어오는 데만도 정부의 미온적인 정책과 지역 이기주의의 만연 등으로 10여 년이 걸린다. 지금 평택 반도체 산단도 언제 완공될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할 수 없이 삼성과 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증산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한국의 반도체를 기다리기만 하기보다는 테슬라가 직접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는 인공지능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한국은 연구개발에 더욱 투자하고 시장 개척에도 힘써야 할 때다. 더욱 나아가 한국도 인공지능을 만들 수는 없는지 연구해야 한다. 지금 황금알 낳는 거위 배를 가르듯이 나눠먹기만 주장할 때가 아니다.

 

주주배당보다 서너배나 많은 성과급 주장은 어불성설, 외국 투자자의 분쟁 부를 소지

 

상법 462조는 영업이익을 일차적으로 주주에게 귀속하게 해 놓았다. 주주는 각종 위험을 부담하면서 잔여청구권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임금과 성과급을 고정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노동관련법 저촉여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주주배당은 11조원 정도였던데 비해 금년에 주장하고 있는 성과급은 4~50조 수준이라고 하니 이런 결정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는 결정될 수 없는 것이다.

 

기업 사정이 악화되면 임금을 반납할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더구나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50% 수준이다. 벌써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과도한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새로운 분쟁을 부를 소지가 있다. 한국이 이제 성장하기 시작했는데 국제분쟁만 발생하면 경쟁국만 좋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도약과 추락의 기로에 선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지금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경쟁력이 낙후된 부분도 살리고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양극화 해소에도 노력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지금 다시는 올 수 없는 천재일우의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사업 시작 43년 만에 만난 호황을 때아닌 분쟁으로 날려보내면 안 된다. 경쟁국은 2년 만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기보다는 다가오는 미래세대도 생각해야 한다. 정부와 노조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