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오는 9월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소비자물가 상승이 물가 안정 목표치(2%)보다 높은 3%대를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는 매파적 기조를 보였다.
이어 일본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6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일본은행 기준금리가 연 1%로 올라선 건 1995년 8월 이후 약 31년 만이다. 일본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렸다.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는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 압력이 꼽힌다. 일본의 5월 기업물가(한국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6.3%로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으로 수입 물가 등 부담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 미국과 금리 격차와 일본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로 엔화 약세가 지속된 점도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8일(한국시간 기준) '워시 체제'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3.75%로 동결했다. 다만, 함께 공개된 점도표에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사되었다. 점도표는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이 3.8%로 상향 조정되어 위원 9명이 연내 1회 이상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동결을 했지만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매파적 동결을 보인 것이다. 동결 발표 이후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뉴욕 증시가 하락하는 등 긴축 우려가 반영되었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물가 상방 압력이 강하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국회에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이달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 처리 결과 보고서'에서 "물가, 성장 및 금융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중동전쟁 종전 합의에도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와 국제유가 안정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하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 내외로 내다봤다며 "물가 흐름이 안정될 때까지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는 2%이다.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2022년 중반 이후 미국 연준이 연방기금금리를 5.5%(상단 기준)까지 올리는 가운데서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3.5%까지만 올려 한미 간 금리 역전 시대가 열렸다. 2024년 말부터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은 금리를 순차적으로 내렸지만 6월 현재 미 연준 연방기금리는 3.75%(상단 기준)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5%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한미 간 금리 격차와 높은 한국의 통화 증가율은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을 초래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00-2020년 평균 1128.9원이었는데 2021년 중반 이후 1300원대로 상승한 후 지난달 15일 1500원 선을 넘은 뒤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이다. 1500원대가 뉴노멀이 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1500원대 고공행진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 약세 심리가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첫째로는 국내 원화가 너무 많이 풀려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인기영합적 재정 살포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 본예산 대비 8.1% 늘어난 '슈퍼' 예산이다. 이미 농어촌에는 적지 않은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정부의 농촌소득 통계를 보면 연간 약 2000만원 정도가 외부 이전소득인데 대부분 정부 이전소득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월 15만 원의 농어민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월 15만 원의 농어민 기본소득 시범사업 1703억원은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군(69개) 중 6개 군을 공모로 선정해 약 24만명에게 월 15만원을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시범지역을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확대는 시간문제다.
이외에도 사회연대 경제 구축을 위해 8조 6000억원의 예산을 증액한 것은 지금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복지지출은 한번 지원하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 여기에 저출생과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까지 더해보면 향후 복지 예산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해 “전쟁추경”이라는 이름 하에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했다. 이번 추경 예산안은 ▲국민의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 1000억 원 ▲민생 안정 지원 2조 8000억 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 6000억 원 ▲지방재정 보강 등 9조 7000억 원 ▲국채상환 1조 원으로 구성됐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지급되었다. 이처럼 슈퍼 예산 추경 등 현금성 재정 살포가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다.
둘째로는 재정 쪽에서 돈이 마구 풀리는데 한국은행이 이를 통제하지 않고 국채를 매입하는 등 부응하는 정책을 펴면서 화폐량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마구 풀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경우 한국은행이 국채를 매입하지 않으면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등 압박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에 주어진다. 대개 하는 수 없이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한다. 이를 재정의 통화화라고 해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한은의 국채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지만 좌파 정당이 다수당인 국회에서 통과는 미지수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은 미국은 총통화(M2) 증가율이 4~5% 수준인 것에 비해 한국은 8~9%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2~3% 내외 성장률이 2% 내외이면 총통화(M2) 증가율이 4~5% 내외이면 적정수준인데 그보다 많은 돈이 풀리고 있다. 한미 간 금리 격차도 지속되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임에도 코로나 극복기에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는데 한국은행은 낮은 금리를 지속해 온 여파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셋째로는 이러한 원화 약세 기조를 반영해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바꾸지 않고 해외에 재투자하려고 쌓아두는 규모가 적지 않아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연간 약 500억 달러 수준의 해외직접투자를 하고 있다. 자연히 해외에 쌓아두고 있는 달러 규모도 늘어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1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서학개미들도 약 2000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약 5000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기업외화예금도 약 1000억 달러 수준이다.
거주자의 달러 투자 급증 배경으로는 한미 간 성장률 격차도 중요한 요인이다. 한미 간 잠재성장률도 한국은 하락을 지속하는 반면 1인당 소득 9만 달러대 미국은 상승 중이다. 이 모두가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요인이다.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로 봐야 한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악순환을 낳고, 결과적으로 서민들에게 타격을 입히며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으로 통한 환율안정과 물가안정 도모가 중요한 시점이다. 그 과정에서 금리 부담으로 중소기업들과 자영업 서민들의 고통이 늘어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선거를 앞두고 무분별한 현금 살포가 결국은 취약계층에 고통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간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재연을 막는 것이 정책당국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