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마침내 시행됐다.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가, 정권 교체 이후 2025년 9월 공포되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발효됐다.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쟁의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의는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은 선의와 다르게 반응한다.
법 시행 전 2년간 이미 시장의 반응은 시작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500대 기업의 소속 외 근로자, 즉 파견·용역 등 외주 인력은 2023년 72만 4000명에서 지난해 66만 5000명으로 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 수는 오히려 2.8% 늘었다. 기업들은 일자리를 줄인 것이 아니라 외주 인력을 줄인 것이다. 그 차이가 핵심이다.
사용자 범위 확대가 만드는 역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 확대다. 기존에는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업만이 사용자였다. 개정법은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사용자로 본다.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이다.
기업의 반응은 예측 가능했다. 사용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관계, 즉 하청·용역·파견 관계를 줄이거나 끊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종은 외주 인력이 34.8% 감소했고, 이차전지는 33.5%, 건설·건자재는 23.4% 줄었다. 보호하려던 하청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일자리를 잃었다.
경제학자 바스티아가 말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법칙이 여기서도 작동한다. 법이 보호하려는 대상은 눈에 보인다. 그러나 법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 채용되지 못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입법자는 전자만 보고 법을 만들었지만, 시장은 후자를 만들어냈다.
손해배상 제한이 만드는 또 다른 문제
노란봉투법의 두 번째 축은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다. 노동조합이 파업 등 쟁의행위로 기업에 손해를 입혔을 때, 기업이 조합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었다.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러나 이 조항도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쟁의행위에 따른 법적 책임이 약해지면 파업의 비용이 줄어들고 빈도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 분쟁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인식한다. 그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분쟁의 소지가 있는 고용 관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자동화 투자 가속, 아웃소싱 구조 재편, 신규 채용 억제 — 이것이 기업의 합리적 대응이다.
법이 노동자를 더 강하게 보호할수록 기업은 노동자를 덜 쓰려 한다. 이것은 노동법의 역설이 아니라 인센티브 구조의 필연적 결과다. 고용 관계를 맺는 것이 부담스러워질수록, 기업은 고용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한다.
경영자와 정책당국이 지금 해야 할 것
노란봉투법 시행은 한국 기업 경영 환경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특히 다단계 하청 구조를 활용해온 제조·건설·물류 기업들에게는 즉각적인 전략 재편이 필요하다.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법적으로 어디까지 사용자 관계로 인정될지는 향후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례가 쌓이면서 구체화될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외주 관계를 축소하고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불필요한 인력 구조 자체를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하청 노동자에게는 불리한 결과다. 법이 보호하려 했지만 시장이 외면하게 만든 사람들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청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는 왜 생겼는가? 다단계 하청 구조가 만들어진 데는 높은 정규직 고용 비용, 경직된 노동시장, 해고의 어려움이라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건드리지 않고 결과만 규제하면,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든다.
노란봉투법은 약자를 보호하려는 선의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선의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시장은 규칙이 바뀌면 게임을 바꾼다. 보호의 범위를 넓힐수록 기업은 그 범위 밖으로 나가려 한다. 진짜 해법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하청 구조를 만들어낸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푸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김병헌 자유시장연구원 부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