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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서울시, '그늘보행권' 도입… 오세훈 "생활권마다 끊김 없이 연결할 것"

서울 도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 ‘점’ 아닌 ‘선’으로
폭염에도 출근·등교 등으로 온열질환자 31.4%가 길가에서 발생
폭염 대응력 높이기 위해 내년까지 시범사업 및 효과 검증… 2028년 서울 전역 확대

 

서울시가 폭염에도 시민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그늘보행권’을 서울 도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

 

그늘보행권은 시민이 일상적인 보행 동선에서 일정 수준의 그늘을 끊김 없이 누릴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정책 개념이다. 나무나 그늘막의 개수가 아니라 시민이 걷고 기다리고 쉬는 동안 실제 그늘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는 이를 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지구단위계획·정비사업·공공건축사업 등 실제 공간을 바꾸는 사업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가로수와 정원, 건물 그늘, 캐노피, 어닝,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개별 시설의 ‘점’을 생활권 그늘길이라는 ‘선’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동 중 그늘 확보의 필요성은 온열질환 발생 양상에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2023~2025년 서울 온열질환자 815명 중 길가에서 발생한 환자가 31.4%로 가장 많았다. 폭염에도 출근·등교·장보기와 대중교통 이용을 멈출 수 없는 도시에서는 이동 중 햇빛 노출을 줄이는 것이 시민 안전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서울 보도의 평균 햇빛 노출시간은 4시간 21분이었다. 전체 구간의 27.6%는 6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돼, 그늘이 부족하거나 보행 동선이 끊기는 구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보도의 평균 그늘 비율은 44.4%였다. 건물 그늘이 29.2%포인트, 가로수 그늘이 15.2%포인트를 차지했다. 특히 정오 무렵 건물 그늘이 짧아질 때는 가로수가 부족한 그늘을 보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보행 그늘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가로수만 따로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물의 높이와 위치, 도로 방향, 보도 폭, 식재 공간과 차양시설을 함께 계획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는 그늘이 필요한 곳을 정확히 ‘찾고’, 장소의 여건에 맞게 ‘만들고’, 시민의 일상 동선을 따라 끊김 없이 ‘잇는’ 3단계 전략으로 생활권 그늘길을 조성한다.

 

단순히 햇빛이 강한 곳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보행자 수와 고령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이용 정도, 야외 대기시간, 시설 설치 가능성과 개선 효과를 종합해 우선순위를 정할 예정이다.

 

식재가 가능한 곳에는 자연 그늘을 우선 확보하고, 지하 시설물이나 좁은 보도 등으로 나무를 심기 어려운 곳에는 계절형 차양과 캐노피, 어닝, 소규모 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주거지와 지하철역, 학교, 시장, 병원, 공원 등을 연결하고, 나무를 심기 어려운 구간은 캐노피와 어닝으로 보완해 실제 이동 경로에서 그늘이 끊기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시는 보행 그늘이 일회성 시설 설치에 그치지 않고 도시공간을 계획하고 조성하는 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확보되도록 계획·사업·평가체계를 마련한다. 우선 보행그늘 원칙을 서울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생활가로·여가가로·활력가로를 조성하는 350개 ‘보행일상중심’에도 생활권 그늘길을 함께 계획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구단위계획과 정비사업, 공공건축사업에 보행그늘 기준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건물과 도로를 새로 조성할 때 건물의 높이·위치와 보도 폭, 식재공간을 함께 계획하고,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에는 큰 나무와 차양, 벤치를 연계해 설치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공공사업과 민간 개발사업은 사업구역 안의 그늘을 주변 보도와 연결하도록 한다. 민간이 필로티·캐노피·어닝이나 스마트쉼터 등 실제 보행 그늘을 만드는 시설을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개발사업에서 확보한 공공기여는 기존 생활권의 그늘 단절 구간을 보완하는 데 활용한다.

 

사업 효과도 객관적으로 관리한다. 그늘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 정도를 평가하는 ‘보행그늘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업 전후 시민이 실제로 누리는 그늘의 변화를 측정하고, 효과가 확인된 방식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다.

 

보행공간의 그늘 확충과 함께 건물의 열 흡수를 줄여 도시 전반의 폭염 대응력도 높인다. 햇빛과 열을 반사하는 쿨루프 적용을 확대하고, 신축건물에 대한 적용기준 강화 방안은 관계부서 협의와 법적 검토를 거쳐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2026~2027년 시민과 관광객의 이용이 많거나 그늘이 특히 부족한 생활가로를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햇빛 노출시간과 보행자 수, 고령인구, 그늘 단절 정도, 시설 설치 가능성을 종합해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넓은 보도와 좁은 보도, 경사로 등 서로 다른 여건에 맞는 그늘 조성 방식을 적용한 뒤 사업 전후의 그늘 면적과 체감온도, 시민 이용률과 만족도를 측정한다. 효과가 확인된 방식은 표준모델로 만들고, 미흡한 시설은 보완해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원도시 서울을 통해 생활권 녹지를 늘려왔다면, 그늘보행권은 이를 집에서 목적지까지 이어주는 다음 단계”라며 “그늘을 일부 장소에서만 누리는 편의시설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일상을 지키는 도시의 기본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늘이 필요한 곳에 맞춤형 시설을 조성하고 생활권마다 끊김 없이 연결해 누구나 여름에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