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8일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하자 법원 내부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법원 내부는 대법원장이 헌법상 제청권을 행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후보자를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하는 상황은 전례가 없다며 술렁이고 있다.
헌법이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대법원장에게 제청권, 국회에 동의권,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각각 나눠 부여한 만큼 어느 한 기관이 다른 기관의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주를 이뤘다.
한 판사는 "제청을 행정기관이 처분을 반려하듯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대법원장은 제청권을 행사한 것이고 국회는 동의권, 대통령은 임명권을 행사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어떤 근거로 이미 이뤄진 제청을 다시 하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이전까지 있던 일이 아니라 당혹스럽다"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지도 법적으로 예정하지 못한 부분이라 어떻게 흘러갈지조차 알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이유로 대법원장의 제청을 계속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헌법상 보장된 제청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반발도 나왔다.
또 다른 법관은 "임명권이 제청권에 우선한다는 뜻이냐"며 "이런 식이면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가 제청될 때까지 계속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사법부 독립을 위해 대법원장에게 둔 제청권이 형해화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헌정사상 유례없는 초유의 일이자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며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재제청 요구로 대법관 공석이 더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판사는 "재제청 요구는 처음 보는 일이라 당황스럽다"며 "이번 요구로 인해 대법관 임명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가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왔다.
한 판사는 "이미 정치권에서는 권한쟁의심판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으로 안다"며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고, 설사 그렇더라도 청구가 가능할지와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지만 그래도 그런 방안을 생각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재제청 요구를 사법부 독립 침해로까지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법관은 "제청은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를 위한 절차이기도 한 만큼 대통령에게도 후보자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 권한은 인정돼야 한다"며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서로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대법관 후보자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 역시 "대통령의 임명권도 중요하고 대법원장의 제청권도 중요한 것이지, 어느 것이 더 우선한다고 볼 문제는 아니다"라며 "제청하고 이에 대해 재제청을 요구하고, 다시 대법원이 대응하는 과정 역시 훌륭한 대법관을 뽑기 위한 각자의 고유한 권한 행사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해서 이를 곧바로 사법부 독립이 침해됐다거나 대법원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법원 전체가 특별히 동요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심민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