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탄핵남발’, ‘탄핵중독’이 결국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민주당은 29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검사장, 그리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 검사인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절차상 하자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동 폐기’를 피하려 탄핵안을 철회한 지 18일 만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또 일어났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 제출 과정에서 이동관 위원장 탄핵소추안 주문에 검사들 탄핵소추안에 들어갈 ‘검찰청법’을 기재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다시 이를 철회하고 다시 제출했다. 동일인에 대해 20일 사이 3번이나 탄핵소추안을 제출한 것이다.
우선 씁쓸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게 과연 민주주의 3권분립 국가의 정상적인 국회이고 공당이 하는 일인지 의문이 앞선다.
민주당은 예산안 심의를 위해 30일과 12월 1일에 잡혀있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 추진을 강행하기로 시나리오를 짰다.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150명)’이 가격 정족수이기 때문에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30일 김진표 국회의장의 허락하에 단독으로 본회의를 소집해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다음날인 1일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김진표 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 및 밤샘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거대 야당이 숫자와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처지이다.
국회가 이 위원장을 탄핵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려 방통위는 그날부로 손발 묶인 식물부처가 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기각결정을 하기까지 6개월 동안 업무에서 배제됐었다. 방통위가 마비되면 올해 말까지 처리해야 할 KBS 2TV와 MBC, SBS UHD, 지역 MBC와 지역 민방 86곳 등에 대한 재허가와 내년 상반기 채널A와 연합뉴스TV 등 재승인 심사가 모두 차질을 빚는다. 당장 내년 초부터 지상파 무허가 불법 방송을 해야 할 판이다.
또한 내년 4.10 총선 때까지도 지금과 같은 체제가 계속된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명색이 공영이라는 방송들이 심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가짜뉴스, 무책임한 뉴스를 함부로 퍼뜨려온 행태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전개될 상황들이 암울할 따름이다. 선거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갉아먹는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전담 기구도 사라지는 셈이다.
무더기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인 야당 대표의 수사 검사를 탄핵한다는 얘기 또한 파쇼 일당독재 국가 이외에서는 금시초문이다. 수사 검사를 탄핵해버리면 민주주의국가의 사법권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입법독재’라는 비난에 자유로울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얘기는 하도 자주 해서 놀랍지도 않다. 사실 이 얘기는 윤 대통령 당선 다음 날부터 나오기 시작했었다. 당선된 그 순간부터 대선 불복이 계속되는 것이다. 급기야 ‘비상계엄’얘기까지 등장했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할 것”이라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예언이다. 마침 ‘12.12쿠데타’를 재조명한 영화 개봉이 계기가 된 듯 보인다. “총선에서 계엄저지선 확보” 얘기까지 거론한 것을 보면 총선용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대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음모론이자 가짜뉴스이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는 두 차례 이루어졌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기가되면서 거센 역풍이 불었다. 민주당에겐 위기가 졸지에 기회로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탄핵심판이 받아들여져 현직 대통령을 감옥에까지 보냈다. 그때 그 달콤한 맛을 못 잊을 법도 할 것이다.
본래 탄핵은 민주주의 3권분립 국가에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이다. 권력자가 헌법을 위배하고 독단·독재로 치달릴 때 견제·균형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장치이다. 글자 그대로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이것을 조자룡 헌 칼 쓰듯 아무 때나 마구 휘둘러대다간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고 3권분립이 무너진다.
지금 야당이 남발하고 있는 탄핵 카드는 여러 측면에서 부당하다. 무엇보다 대선 불복서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선거 승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 없다. 자신들이 선거에 승리해도 나중에 상대편 역시 불복하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다.
또한 이동관 방통위원장, 이재명 수사검사 탄핵은 국정 마비, 수사 마비이자 내년 총선을 위한 재갈 물리기이다. 이미 행안부장관 탄핵소추 후 탄핵 심판이 기각된 전례가 있다. 더 이상 정쟁과 다툼으로 나라 경제와 민생을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
이중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는 그 어느 것 하나 합당한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방통위가 가짜뉴스 근절을 이유로 방송사에 보도 경위 자료를 요구한 것이 언론자유 침해라서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가짜뉴스를 막는 것은 방통위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본업무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현직 5선인 조경태 의원과 이 위원장 입에서 ‘국회해산권 부활’ 관련 얘기까지 나오겠나. “자격·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의원들, 오직 정쟁과 권력 다툼에만 몰두해 있는 국회를 탄핵할 방법은 없느냐”며 속 타는 국민들 하소연에 대한 답이다.
이 시대, 어디 감히 국회해산을 입에 올리냐고 하겠지만 누구도 그런 일 없을 거라 장담 못 한다. 무고한 사람에 대한 절대 다수당의 황당한 탄핵 남발이 계속된다면 곧 다가올 총선에서 국민 심판, 민심에 의한 탄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넘침이 모자람만 못하다. 이는 모든 인생사에 적용할 수 있는 경구이다. 정치에선 특히 그렇다. 멈출 줄 모르고 욕심껏 채우기만 하면 넘치게 되고 넘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민심의 바다는 고약하고 때로 무섭다. 적당한 바람과 파도로 배를 띄워 나아가게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어버린다. 시도 때도 없는 탄핵 남발이 그렇다. 무리하고 과하면 민심의 역풍이 기다리고 있다.
민심은 때로 허위 정보와 선전·선동에 휩쓸려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기도 하지만 결국 상식과 정의의 심판을 내린다. 민심은 도가 지나치거나 교만한 꼴을 용납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야당이 국회 의석수가 많다고 탄핵중독, 입법 독재식으로 밀어붙였다간 선거를 통해 반드시 민의 심판을 받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