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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오정근 칼럼] 규제 혁파하고 원전 확대해야 “진짜성장” 가능하다

 

실용적 시장주의,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의 취임 일성이다. 이 대통령은 6월 4일 국회 로텐더홀 취임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며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며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며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며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는 말이 눈의 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못해 본 것인데 과연 가능할 것인가 주목된다. 시행되면 가히 규제정책의 혁명이 될 것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당장 성장 엔진을 되살리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미 한은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 그칠 것으로 보고 있고 역성장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 연설에서 ‘성장’을 ‘국민’ 다음으로 가장 많은 22차례나 언급하며 경제성장이야말로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임을 역설했고, 취임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첫 회의를 2시간20분가량 진행했다.


취임사에서 ‘성장’을 22차례나 언급한데 이어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를 운용한 점을 고려해 보면 ‘실용적 시장주의’는 좌우 이념을 떠나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모두 써야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시장주의가 시장경제를 의미하는지는 정확한 언급이 없으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을 보면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한 정책은 좌우 구분없이 두루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어서 과거 정부의 인수위원회 대신 신설된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진짜성장”이라는 용어를 꺼내들었다. 경제학에서 성장이면 성장이지 진짜성장이 따로 있고 가짜성장이 따로 있겠는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처럼 정통경제학에서 검증되지 않은 용어와 정책을 마치 경제의 구세주라도 되는 듯이 거창하게 내걸며 청와대에 일자리상황판 까지 만들었으나 결국 지금의 저성장을 초래한 경험이 오래되지도 않았는지라 생경한 ‘진짜성장’이란 용어가 틔어나오니 경제학자로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가짜 성장’은 반짝성장, 소수의 성장, 모방 성장인데 반해 진짜성장은 지속적인 성장, 모두의 성장, 창조에 기반한 성장, 체감할 수 있는 성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기업활동에서 나오고 일자리가 창출되면 경제활동참가자 모두에게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므로 당연한 주장을 새로운 주장처럼 정치적으로 미화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진짜성장 5대전략 중 첫째전략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생태계 구축과 미래전략분야 육성을 내걸고 100조원 규모의 AI 투자를 유치해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AI 유망기업 및 융합산업을 육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시의적절한 타당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센터장을 대통령실 AI수석으로 임명하고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네이버 고문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최근에는 SK그룹이 미국 아마존과 손잡고 7조원 규모 AI 데이터센터(AI DC) 설립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처럼 AI 중심 성장정책과 정책을 추진할 진용을 갖추고 있는 반면 국회 여당은 여전히 야당시절 주장해 오던 규제중심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 관련해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관련 규정을 개정해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기업경영을 흔들 수도 있는 내용들이어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민주당에서는 노랑봉투법 양곡법의 재추진도 거론되고 있다. 확대추경과 지역화폐의 국비지원 의무화도 거론되고 있다. 적극적 재정 투입을 예고한 이재명 정부의 과제는 ‘나라 곳간 지키기’다. 지난해 한국 국가채무는 117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했다. 새 정부가 하반기에 3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가 50%에 근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기축통화국에서 과도한 국가채무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재정위기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노동분야 공약에서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하도급 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원청 업체가 이들 하도급 근로자와 임금협상 등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사업장 내 노사자율 협의를 주도할 '근로자(노동자)대표위원회' 상설을 제도화하고 계약직, 파견직, 사내하도급 노동자들도 인원 비례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노조 성격의 사내 조직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참여할 길을 터준 것으로 사측 입장에서는 정규직 근로자 외 다양한 직군의 근로자들 목소리를 반영해 노사협상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는 내용이다.


이 밖에 공기업·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를 전면 도입하고 일정 규모 이상 민간회사도 경영진에 예속되지 않은 독립이사를 일정 비율 이상 선임하는 것을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또 노동 분쟁을 전담할 노동법원 설립과 주 4.5일 근무제 도입도 밝혔다. 고용노동부 장관에 민노총 출신 김영훈 후보자를 임명했다.


에너지 관련해서는 RE100을 강조하며 신재생 및 풍력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전력망이 통과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매월 연금을 지급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원자력보다 3~4배 비싼 신재생 및 풍력에너지 구입단가로 현재 한전의 부채가 200조원이 넘어 전력망 투자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결국 막대한 재정이 투자될 전망이다. 높은 산업용 전력요금 때문에 공장가동을 심야에만 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진짜성장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공지능 산업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운용에도 천문학적인 전력이 필요하다.


국정기획위원회는 탄소중립이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산업질서의 기준이 됨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고 했다. 트럼프대통령이 제 47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각)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임기에 이어 두번째 탈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 21차 유엔기후 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협약이다. 전 세계 190개 이상의 국가들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가능하면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하고 이행해야 한다.


미국은 2016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 협약을 적극 지지하고 가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이던 2020년 11월4일 공식 탈퇴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 2021년 2월19일 협약에 재가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하면 다시 탈퇴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시추업체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란, 리비아, 예멘과 함께 이 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 독일 등 유럽국가들도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탄소중립이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산업질서의 기준이 됨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고 함으로써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행보는 외면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어서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산업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는 국가의 산업경쟁력 확보와도 직결되므로 2050년 탄소중립 실현과 산업 구조 대전환을 위해서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관련 법제를 정비해 에너지 전환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RE100 산업단지 지정과 탄소중립 기술 개발 등 친환경 산업 기반 조성,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그리고 원전과의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과제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 활용 등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RE100 산업단지와 수도권에 서해·호남지역에 건설하게 될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려면 에너지고속도로, 즉 대규모 송전로(HVDC) 건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해 원전보다 3~4배 비싼 서해의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육성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방식으로 천문학적인 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이 가능할지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 RE100보다는 CF100에 역점을 두고 값싼 원전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근로자들과 농민 소액주주 환경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와 때라는 것이 있다. 우선 급한 경제살리기에 치중하면서 순리에 따라 정책들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정부 때 30여 회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공급부족으로 마지막에 집값이 폭등하고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고용이 악화되자 마침내 통계까지 조작한 적이 있다. 경제란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나는 논리가 있다. 유사한 실정이 반복되어서는 새정부의 시대적 사명인 경제살리기가 힘들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경제살리기에 진력해야 ‘진짜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