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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오정근 칼럼] 무더기 反기업정책으로는 불황타개·민생안정 못한다

한국 경제는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수출과 성장률이 하락해 금년 성장률이 0%대 초반까지 전망되는 등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다. 그런 가운데 반기업정책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 우선 지난 7월 초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이 비상이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시', '상장회사 사외이사 독립이사로 변경',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3%로 제한', '대규모 상장회사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등 기존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조항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지금까지는 일부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해도, 회사에 손해가 없으면 처벌되지 않았던 경영 관행들까지 앞으로는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소수주주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주주가 직접 특정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개정 상법에는 상장회사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3% 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개정상법으로 독립이사인 감사위원 선임·해임 안건의 경우에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여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감사위원 선임·해임에 대한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된다. 재계는 이번 개정안이 경영권 방어 수단조차 마땅치 않은 국내 기업들을 해외 투기 자본에 무방비로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대규모 상장회사의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제계와 학계 인사들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국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외부 세력의 이사회 진입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개입 가능성을 가장 크게 경계한다. 칼 아이칸, 엘리엇 등 수많은 헤지펀드가 한국 자본시장을 짓밟고 떠난 사례가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결국 기업들이 상법개정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상장폐지, 기업 분할, 자산 매각, 심지어 해외탈출이 일어날 경우 투자와 성장 동력이 위축되어 공급측면에서 공급위축 우려가 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주요 노동관계법이 일괄 상정됐다. 환노위는 노란봉투법과 정년연장 관련 법,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한도 확대법, 노조 회계공시 의무 완화 법안 등을 소위원회에 넘기고 심사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 위주로 처리하겠다며 숨 고르기를 하는 모습이지만 8월 임시국회에서는 관련 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 상정된 법안 중 재계 반발이 가장 거센 것은 노란봉투법이다.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를 사실상 원청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인데, 수백·수천 명에 달하는 하청 근로자가 원청업체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어 산업 현장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노사관계가 뒤죽박죽되고, 원청업체가 1년 내내 하청업체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역시 '파업조장법'으로 변질될 수 있다. 지난 정부가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년연장법 역시 마찬가지다. 임금 구조 개편이나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없이 정년연장을 강제할 경우 기업은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청년 일자리 감소, 연금 고갈 가속화 등 연쇄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획일적 정년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 등 다양한 선택지를 기업에 주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타임오프 한도 확대나 노조 회계공시 완화도 투명성과 사회적 견제장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민노총 위원장 출신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가 지명돌 때부터 우려가 제기되어온 법안들이다.


느닷없이 법인세 인상 논의가 불이 붙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평소 부자감세를 주장 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후속 입법 작업을 공식화하면서 법인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감세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이 이달 초 상하 양원을 모두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후 공식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인 2017년 시행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세금 감면 및 일자리 창출법(TCJA)의 기한을 영구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TCJA 내용과 함께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면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가 법인세 인하를 통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진력하고 있는 때 구 기재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법인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와 비교해 다소 낮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는 실제 통계 결과와는 다른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은 26.4%로 OECD 38개국 중 11위를 기록해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OECD 국가 평균 세율(23.9%)은 물론 미국의 법인세율(25.6%) 보다도 높다. 미국은 이번 OBBBA 법안통과로 더 낮출 전망이다. 경제 규모를 감안한 법인세 부담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3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을 따져보면 우리나라가 3.6%로 주요 7개국(G7) 평균(2.4%)과 OECD 평균(3.5%)을 모두 웃돌았다.


한국의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원을 정점으로 2023년 80.4조원 2024년 62.5조원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법인의 수가 감소한데다 주요 기업의 법인세 납부가 크게 감소한 때문이다. 6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사업자 폐업률은 9.04%로 전년(9.02%)보다 소폭 상승했다. 특히 법인 사업자 폐업률은 5.49%에서 5.80%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년 연속 법인세수가 감소한 주요 원인은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인세의 기준이 되는 2023년 상장사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이 줄어드니 법인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매년 10조원 넘게 법인세를 내던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으로 5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못한 영향이 컸다.


불황으로 기업이 세금을 못 낼 정도가 됐다면 세율을 낮춰 기업을 돕는 것이 상식인데 구 장관은 반대로 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실정을 감안하면 법인세를 인상하기 보다는 법인세를 낮추어 기업들이 존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법인세수를 증대시키기 위해 법인세를 올린다는 것은 교각살우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직면해 있는 한국기업들이 상법개정으로 외국투기자본의 공세에 노출되고 지금도 강성인 노조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법인세마저 올린다면 과연 한국에 투자할 기업이 얼마나 될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를 개혁하고 궤도를 이탈한 노조를 개혁하고 세금부담을 낮추어 주는 것이다. 이 근본적인 일은 하지 않고 왜곡된 반기업 부자감세 정서에 매몰돼 무더기로 반기업정책을 추진하면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져 불황타개와 민생안정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