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1일 미국과 한국은 한국의 대미수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의 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는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협력 전용 펀드로 한국 조선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에 사용된다. 이미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리노베이션 중이다. 처음 미국이 미국 군함의 한국 MRO(유지 보수 정비)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호황이라는 대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결국 미국의 조선업을 재건시켜주는 방향으로 결정되어 아쉬움이 크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협상으로 일단 일본 유럽연합 등과 관세면에서 경쟁력이 유지되고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없어진 점이 중요한 결실이다. 특히 지난 해 기준 한국의 대미국 수출 1278억 달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347억 달러) 자동차 부품 (71억 달러) 합 418억 달러 (32.7%)가 경쟁국인 일본 독일과 같은 관세율이 적용된 점이 중요하다. 그 동안 물론 한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제로관세가 적용되어 오다 15%를 부담하게 되고 일본의 경우에는 2.5% 관세를 부담하다 이번에 15%를 내게 되어 한국 자동차 업계의 충격이 더 커진 점도 있다.
현재 미국이 50% 관세 부과를 주장하고 있는 철강(2024년 29억 달러)과 알루미늄 관세도 여세를 몰아 잘 타결되어야 할 과제다. 대통령실은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에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최대수술품 중 하나이고 바이오는 떠오르는 강자다. 추후 잘 처리되어져야 할 과제다.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고임금 강성조조 법인세 인상 중국제품 파상공세 등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3500억 달러 (약 480조원)의 엄청난 규모의 대미투자로 국내 투자 공동화와 그로 인한 양질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이 우려된다. 2023년 민간 비금융 법인기업의 한 해 투자규모가 505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80조원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물론 480조원 펀드는 투자 보증 대출이 포함된 규모이고 수 년간에 걸처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한국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큰 부담이 되는 규모다. 2024년 한해 한국의 국외투자규모가 136조원이었다. 몇 년치 국외투자를 모조리 미국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결국 미국에 200조원 규모의 조선소를 지어주고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와 거의 맞먹는 규모의 제조업 공단을 만들어 주는 결과와 비슷한 모습이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은 대미 수출품에 15%의 관세부과를 받아들이는 대신 7500억달러(약 1037조 8400억원) 규모의 에너지를 구매하고, 6000억달러(약 830조 7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대미투자를 합의하면서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췄다.
금년 들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연쇄적이고 급진적인 관세인상조치로 전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4월말 기준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5%였으나 최근 무려 27%까지 치솟핬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 세계는 미국의 관세폭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은 트럼프와 협상을 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영국 스코틀랜드 트럼프 대통령의 턴베리 골프장을 찾아 정상회담을 가지고 무역 협상을 타결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산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기본 협상을 체결했으며 유럽연합이 7500억달러(약 1037조 8400억원) 규모의 에너지를 구매하고, 6000억달러(약 830조 7000억원) 수준의 투자도 약속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이 대량의 미국산 군사 장비도 구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인 8월 1일(현지시간)이 임박하면서 한국정부도 한미 간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4일 워싱턴DC, 25일은 뉴욕 등 두 차례에 걸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협상한 데 이어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스코틀랜드로 출장을 가자 현지로 날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28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귀국하지 않고 다시 미국 워싱턴DC로 이동해 미국을 방문한 기획재정부 장관과 합류해 통상협상을 이어가 마침내 타결했다. 2주 정도 후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그 동안 한미 정상간에 우려되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금년 3월 보고서에서 급격한 관세장벽 증가는 2분기 기준 전세계 교역량을 전년 동기비 7.8% 감소시켰고 세계 성장률에 1.2% 하방압력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도 지난달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무역 긴장 고조와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있던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연간 성장률을 2.8%로 제시했지만, 6개월 만에 0.5%포인트나 낮은 2.3%로 수정전망했다. 세계은행은 경제 충격이 올해에 그치지 않고 2026년과 2027년 세계 경제성장률도 각각 2.4%, 2.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글로벌 무역 위축이다. 2000년대 5.1%였던 무역 증가율은 2010년대 4.6%, 2020년대 들어서는 2.6%로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관세 전쟁발 글로벌 무역 위축으로 경제성장률 둔화는 예정된 수순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금년에 0.8% 수준으로 전망되었던 한국경제 성장률도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세계화와 반세계화는 반복해 왔다. 1870~1914년 기간을 역사적으로 첫 번째 세계화 기간으로 본다. 이 기간 세계무역은 연평균 4% 증가해 187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였던 세계무역 규모가 1914년에 22%로 두 배 넘게 증가하고, 자본이동도 연평균 4.8% 늘어 같은 기간 자본이동규모가 GDP 대비 7%에서 20%로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1인당 소득도 높아졌다.
그러나 1914~1929년 세계화가 후퇴해 세계무역규모는 GDP 대비 16%로, 자본이동규모도 8%로 위축됐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실업이 증가해 파시스트 나치가 등장하고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2차대전 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무역기구들이 창설되면서 다시 세계무역 규모는 GDP 대비 42%, 자본이동 규모도 21%까지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위기로 세계 경제는 다시 정체기를 맞으면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어 오다 금년에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반세계화 추세가 피크를 보이고 있다.
한국도 근본적인 세계 경제의 전환기라는 점을 인식하고 엄청난 대미투자로 인한 제조업 공동화와 일자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혁파와 혁신,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등 내수의존도를 높이는 등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지금 이 와중에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정책을 줄지어 추진할 경우 한국경제는 정말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