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인적쇄신도 거부하고 혁신과 거리가 먼 사람을 위원으로 채워야 한다면, 혁신위에 무엇을 기대한 것인가”라며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후 당대표로 출마한 이유를 밝혔다. 안 의원의 인적 청산 요구와 혁신위 인선이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안 의원의 당대표 출마 선언에 대해 당혹스럽다면서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가 출범하더라도 실패한다면 우리 당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적쇄신이다. 구태의 그릇을 깨야 민심과 당심이 회복되고, 도약의 토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안철수 혁신위는 그것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그런 비겁하고 심약한 길은 따를 수 없다”면서 “관성에 찌든 비난과 질시가 닥쳐오더라도, 제일 앞에 서서 옳은 선택, 국민과 당원에게 꼭 필요한 선택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혁신위원장 내정자로서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수술 동의서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는 안일한 사람들을 지켜보며, 참담함을 넘어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 당대표가 되어 단호하고도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며 “우리 당을 반드시 살려내고,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막아, 내년 지방선거를 잘 치르고 다음 총선의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말뿐인 혁신, 쇼에 불과한 혁신, 들러리 혁신에 종지부를 찍겠다. 우리 당이 잃어버린 진짜 보수 정당의 얼굴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송 비상대위원장은 “혁신위에서 모든 안건을 논의해서 결정을 내려주면 그에 따라 비대위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오늘 전당대회 출마 선언 내용을 미리 귀띔이라도 했다면 비대위에서 혁신위 안건을 의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의원은 우리 당의 몇 분 되지 않는 소중한 혁신의 아이콘"이라며 "중간 과정에서 어떤 일이나 오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안 위원장을 모실 때 ‘최대한 존중해서 일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를 정상적으로 출범해 많은 혁신과정을 정리했으면 좋을 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며 “안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해 '혁신 전당대회'를 하겠다고 하는 뜻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