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빛의 속도로 흐르는 디지털 시대,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 풍요로움 뒤에는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치명적인 독버섯이 자라나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단순히 잘못된 정보를 넘어, 특정 목적을 위해 정교하게 조작된 가짜뉴스가 왜 공동체에 위험한지 그 민낯을 통계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실과 의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혼돈'
가짜뉴스의 가장 큰 위험성은 '사회의 공유된 사실 관계'(Shared Facts)를 파괴한다는 점에 있다.
정상적인 사회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란 사실은 "그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까"란 의견 대립 또는 토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점령한 사회에선 "사건 자체가 조작이다", "저 영상은 가짜다"라며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따라서 토론이란 경기가 진행되지 않고 싸움만 일어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약 70% 이상)이 가짜뉴스를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조작해 토론의 전제 자체를 오염시킨다.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들은 냉철한 비판 대신 감정적인 선동에 휘둘리게 된다.
◇사회적 신뢰 자본의 파산과 경제적 손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은 '신뢰'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이 신뢰 자본을 순식간에 갉아먹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가짜뉴스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연간 약 30조 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사자의 명예훼손 등 직접적인 피해액(약 22조 7천억 원)과 사회 전반의 불신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약 7조 3천억 원)을 합산한 수치다. 불신이 팽배해진 사회에서는 정당한 정책 집행이나 사회적 합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여론 조작과 딥페이크의 위협
과거 언론이 검증을 통해 정보를 걸러냈다면, 최근의 가짜뉴스는 AI 기술을 이용한 딥페이크(Deepfake) 등 고도화된 방식으로 확산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가짜 영상 등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시정 요구 건수는 2023년 약 7,000건에서 2024년 23,000건 이상으로 약 3.2배 급증했다. 특히 정치적 격변기나 선거철에 기승을 부리는 이러한 정보들은 유권자의 눈을 가려 민주적 의사결정을 왜곡하며, 이는 시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심각한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방패의 필요성
가짜뉴스는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확증 편향을 먹고 자란다. 전문가들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적 규제도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정보를 소비하는 시민 개개인의 비판적 수용 능력(Media Literacy)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는 서정욱 변호사는 "자극적인 제목에 현혹되기보다 출처를 확인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해보는 태도가 요구된다"며 "진실이 힘을 잃은 사회에 미래는 없다. 가짜뉴스라는 위협 앞에서 우리 모두가 진실의 파수꾼이 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원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