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확산의 심리적 메커니즘인 ‘확증 편향’은 엉뚱하게도 사법 시스템에서도 종종 발현된다.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진범으로 확신하는 순간,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다른 증거들은 모두 무시되고 끝내 억울한 피해자를 낳기도 한다.
사법 정의의 출발점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의 수사 현장에서는 종종 '유죄 확신'이 우선시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확증적 심문’과 ‘터널 시야’ 현상으로 설명한다.
◇'터널 시야' 현상: 주변의 증거를 지운다
수사 초기에 특정 인물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는 순간, 수사관의 시야는 마치 좁은 터널 속에 갇힌 것처럼 변한다.
용의자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정황(평소 성격, 모호한 목격담 등)은 '결정적 단서'로 격상된다. 반면, 그가 범인이 아님을 나타내는 객관적 증거(알리바이, 제3자의 흔적)는 '교묘한 조작'이나 '사소한 우연'으로 치부되어 수사 기록에서 누락되거나 경시된다.
다른 가능성이나 제3의 인물에 대한 수사는 '시간 낭비'로 여겨져 중단된다. 이 과정에서 진범을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한다.
◇확증적 심문: 자백을 '강요'가 아닌 '유도'하다
가장 위험한 지점은 심문 과정이다. 수사관이 이미 유죄를 확신하고 있다면, 심문은 진실을 묻는 과정이 아니라 확신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변질된다.
"당신이 그랬지?"라는 전제하에 유도 심문을 던지며, 용의자가 당황하거나 논리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대답을 할 경우 이를 유죄의 강력한 징후로 해석한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수사관의 확신에 찬 압박이 계속되면, 심리적으로 취약한 용의자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수사관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허위 자백'을 하게 된다. 수사관은 이 자백을 자신의 확신이 옳았다는 최종적인 증거로 삼으며 편향의 고리를 완성한다.
수사 단계의 확증 편향은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로 이어지는 '오판의 연쇄'를 만든다. 수사 기록 자체가 이미 편향된 정보들로 편집되어 검찰과 법원에 전달되므로, 판사 역시 왜곡된 프레임 안에서 사건을 바라볼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2000년 발생한 이 사건은 사법 체계 내 확증 편향의 전형을 보여준다. 당시 경찰은 목격자였던 10대 소년 최모 군을 범인으로 단정했다. 최군의 진술 중 범행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무시됐고, 폭압적인 심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이후 진범에 대한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소된 사건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조직적 확증 편향으로 인해 무고한 소년은 10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이후 2021년 경찰의 가혹행위와 검찰의 부실 수사가 드러나, 법원은 국가와 당시 수사관들이 피해자에게 16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송원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