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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특별기고-주동식 칼럼] 사기꾼과 양아치들에게 거대한 기회 열어준 22대 총선

4·10 총선 통해 윤석열 정부, 사실상 무력화...국민이 공범인 '거대한 포퓰리즘'의 시대 열려
윤석열 집권으로 밥줄 끊긴 정치 룸펜들에게 또다시 호황 찾아와

트루스가디언은 4.10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보는 특별 릴레이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편집자주-

22대 총선이 국민의힘의 참패로 마무리됐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161석)만으로도 단독 과반을 훌쩍 뛰어넘었고 위성정당 더불어시민연합의 비례의석을 포함하면 175석에 이른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위성정당 국민의미래 포함)은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혁신당의 12석과 개혁신당의 3석 등을 포함하면 반윤 성향의 야권 의석은 192석에 이른다.

 

총선 참패의 결과는 두고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윤석열 정권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레임덕 정도가 아니라 데드덕 상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런 우려를 현실화하듯 민주당은 “아예 협치란 단어를 지워야 한다”며 협박에 가까운 정치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김건희 여사 특검, 해병대 채 상병 사건 특검, 이태원 참사 특검 등이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압박하게 될 전망이다. 이밖에 양곡법이나 노란봉투법 같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이나 전국민 25만원 민생 지원 등 사안도 정부 여당의 어깨를 짓누른다.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회에서 그나마 대통령의 방어 수단이었던 거부권 행사도 쉽지 않다. 인사나 정책 추진에서 그나마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거부권 행사에도 야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민주당에 동조할 경우 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여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데다 이제 공천권 행사도 힘들어진 대통령 입장에서는 특별한 무기가 없다.

 

당장 인사 문제부터가 쉽지 않다. 국무총리 등 국회 표결이 필요한 인사는 여당이 똘똘 뭉친다고 해도 야당 협조 없이는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다. 아예 쓸만한 인물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 의원들이 도끼눈을 부릅뜬 국회 청문회에서 탈탈 털릴 각오를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향후 3년 순항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권에 복무하라고 설득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권은 향후 3년 험난한 파고를 각오해야 할 처지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말처럼 과연 3년을 버틸 수 있을지도 자신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왜 이렇게 됐을까? 2021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까지 3연승했던 저력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런 참혹한 패배는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한국 정치의 가장 은밀한 구조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할 것을 사전에 예고하는 신호탄이 지난해 10월 11일에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였다. 국민의힘은 이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이 결정은 윤 대통령에 의해 뒤집혔고 국민의힘은 17.15%p 차이로 무너졌다. 서울과 나아가 수도권의 민심을 드러내 보여준 이 보궐선거의 양상은 딱 반년 뒤 22대 총선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하지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보다 직접적인 계기였을뿐 보다 근본적인 국민의힘 패배의 원인은 더 거슬러 올라가 찾아야 한다. 그것은 20대 대통령 선거의 양상에서 엿볼 수 있다. 대선 이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여유 있게 물리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여본 결과는 0.73%p, 24만7천여표 차이에 불과했다. 역대 대선 최소 표차였고 간발의 차이였다.

 

이 대선 결과는 대한민국 좌우 진영의 역관계가 현저하게 좌파 우위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재인 정권은 경제 추락과 외교 난조 등 최악의 국정 파탄에다 조국 사태 등으로 인해 심각한 민심 이반을 겪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임기 말까지 40%대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문재인 등 좌파 진영은 한마디로 국정 성과와 무관하게 강력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좌파의 이런 지지 기반은 근본적으로 1987년 체제의 산물이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투쟁의 승자인 좌파 연합(호남-주사파 연대를 중심으로 한)은 자신들의 요구를 헌정질서에 반영할 수 있었고 이는 이들의 정치적 위상을 확고하게 만들었다. 정치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제기되는 이슈의 종합이고 그래서 정치적 승리는 모든 현실적 정당성의 근거가 된다. 대한민국에서 좌파는 아무리 파렴치한 짓을 해도 그 타격이 크지 않고, 우파는 사소한 실수만 해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근본적인 이유가 이것이다.

 

좌파가 정치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강력한 원동력은 그들의 피해자 위상이었다. 5.18을 중심으로 4.3이 가세하고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도 한몫 거들었다. 좌파가 광우병 난동과 촛불 시위를 조직할 수 있었던 배경도 바로 이런 피해자 정서였다. ‘억울하다, 당했다’는 피해자 정서를 무기로 광범위한 사회적 약자를 동원하고 조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이른바 ‘떼법’이 법치를 무력화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권은 시스템적으로 법치를 무력화하는 작업을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결국 22대 총선 결과는 한국 사회의 현저한 좌파 우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2021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까지 3연승이 오히려 예외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예외는 결국 예외일 뿐이고 지속성을 갖지 못한다.

 

22대 총선은 거대한 반동이었다. 윤석열 정권은 수많은 문제와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문재인 정권이 노골화한 대한민국 무력화의 결과를 무효화하고 원상회복시키려 한 정권이었다. 이런 정상화 시도는 민주당과 그 지지층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왔다. 사법부와 언론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중추를 장악하고 있는 좌파 패권이 윤석열 정권에 대해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좌파들의 윤석열 정권을 향한 전면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검찰독재’라는 표현이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진행됐던 불법 탈법 사례들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도 어마어마하다. 라임 옵티머스 의혹을 비롯하여 탈원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서해 공무원 피살, 통계 조작, 노골적인 북한 지원 등 범죄 혐의도 그렇지만 소득주도성장, 막무가내식 부동산 정책, 검수완박 등 불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저질러진 국정 농단 사례도 어마어마하다.

 

윤석열 정권은 사실 이런 거대한 비리와 의혹을 약간 건드렸을 뿐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비리를 건드린다는 조짐만 보여도 민주당은 분노하고 경악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감사원이 문재인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했을 때 문재인이 보인 ‘무례하다’는 반응이 전형적이다. 전직 대통령이 왕조시대의 상왕도 아닌데 근대 국가의 법률적 절차에 대해 보인 저 반응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무례 그 자체이다. 그럼에도 문재인의 이런 반응은 지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그런 반응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 ‘검찰독재’라는 슬로건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주의적인 언급과 대한민국 정통성 되찾기 작업도 반발을 부르는 소재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자유를 강조하며 좌파 진영의 반(反) 지성주의를 비판했다. 또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지지율이 1%가 되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껏 일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지만 이런 태도는 여론의 핵심을 장악한 좌파 진영의 체계적이고 집요한 저항으로 이어졌다.

 

육군사관학교 내에 설치됐던 홍범도 흉상 이전도 반일정서를 불지르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소재로 작용했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문제도 민주당이 기대한 것만큼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지만 한국 사회의 광범위한 반일 정서를 건드리는 작용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윤석열 정권의 이런 원칙과 태도가 민주당 등 좌파 진영의 거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을 강하게 결속시킨 것은 ‘윤석열이 우리를 다 죽이려고 한다’는, 원초적인 공포였다. 역설적으로 이런 공포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조국의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이었다. 원래 윤석열 정권의 민생 파탄을 저격한다는 워딩이었지만, 사실 그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은 문재인 정권 당시 저질러졌던 온갖 불법 탈법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수사와 원상회복 조치를 견디기 어렵다는 심리였다. ‘검찰독재’ 슬로건과 한 쌍을 이루는 구호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심리 즉 윤석열 정부의 사정에 대한 공포가 민주당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그 가장 단적인 표현이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에 대한 반응이다. 대장동 변호인단의 무더기 공천도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지만, 더 충격적인 공천은 따로 있었다. 특히 직전 대선 경선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의 경쟁자로 나서 연달아 2등을 한 박용진 제거 작업은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박용진에게 하위 10% 딱지를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상대 선수를 세 번이나 교체한 서울 강북을 공천은 역사적인 불공정 사례의 샘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밖에도 이재명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전해철 자리에 양문석을 넣은 경기 안산갑 공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자리에 김준혁을 넣은 경기 수원정 공천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된 임종석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이번 총선의 민주당 공천은 이재명의 위상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 또는 이재명의 방탄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인물들의 제거 작업 이상도 아니었다.

 

하지만, 임종석의 사례는 친문 진영이 이재명의 공천 학살보다 윤석열의 사법절차를 더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임종석은 사실 탈당까지 시사하며 공천에 반발했으나 슬그머니 당에 눌러앉았다. 임종석의 이런 태세 전환에는 문재인의 조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재인의 입장에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자신을 보호할 방어막이 사라진다는 계산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의 이런 계산법은 민주당 정치인 대부분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공유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 계산이 민주당 총선 승리의 핵심 에너지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임종석 등의 잔류는 이번 총선 정국의 결정적인 터닝포인트였다. 말도 안되는 이재명식 공천에 따른 내부 반발을 잠재우고 민주당과 좌파 진영이 똘똘 뭉쳐 윤석열 정권에 저항하게 만드는 계기였던 것이다. 이해찬-김부겸-이재명 3톱 체제가 가동되어 총력 동원이 이루어진 것도 임종석의 당 잔류가 출발점이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험지로 분류된 지역들도 김부겸·박용진·임종석이 왔다 가면 분위기가 달라지곤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압도적인 총선 승리를 이끌어낸 견인차가 바로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의 후유증마저 떨쳐낸 단일 대오였고 그 단일 대오는 바로 윤석열 정권의 사정에 대한 공포에서 연유했다고 봐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사정에 대한 공포는 분노로 이어졌고 그 분노가 심판 심지어 응징이라는 대중적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민주당 등 좌파 진영의 논리가 여전히 좌파 및 중도층을 포함한 유권자 대중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22대 총선은 뚜렷하게 보여줬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 행사되는 방향이다. 이 영향력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갈 것인가.

 

노란 봉투법, 양곡법, 중대재해처벌법, 방송법 개정안 등 민주당이 통과시켰거나 통과시키려는 법안들이 그 방향을 잘 보여준다. 25만원 민생 지원금도 거기 포함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거대한 포퓰리즘이다. 그것은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국민의 표를 사는 매표(買票)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명색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그 범죄 행위에 대해 공범 의식을 갖게 될 경우 이를 막아낼 방법은 사실상 없다. 대한민국은 그 단계에 접어들었다.

 

4·10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남은 것은 그나마 손에 쥔 알량한 권력을 이재명과 나누는 절차 뿐이다. 그 대가는 당연히 국민이 치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거대한 이권이 발생하고, 이 이권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모여든 거대한 좌파 정치 룸펜들이 나눠먹게 될 것이다. 편하게 놀고먹으며 고액 연봉을 챙기다가 윤석열의 집권으로 밥줄이 끊긴 정치 룸펜들에게는 다시 한번 찾아온 호황이다.

 

마가렛 미첼의 원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나라가 세워질 때도 큰돈을 벌 기회가 생기지만, 나라가 망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더 큰 돈을 벌 기회는 나라가 망할 때 생겨난다.’ 대한민국은 양아치들과 사기꾼들이 큰돈을 벌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 다들 이 빚잔치에 참여하라. 민주당에게 한 표를 던진 당신에게까지 그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다만.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전라남도 광주 출생으로 민청년(민주화운동청년연합),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등 운동권 활동에 가담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에는 미래통합당에 입당해 문재인 저격수로 활동했다. 전라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80년대에 묶인, 민주화의 성지라는 미명 아래 비극을 기리는 제사가 마치 본업처럼 된 도시" “광주와 호남이 변해야 대한민국이 살아난다.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광주와 호남을 과거에 묶어두려는 민주당을 심판해 달라”며 운동권과 민주당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