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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특별기고-조우석 칼럼] 4.10 총선, 정치적 사생아 조국을 낳았다

-범야권, 독일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로 나갈 위험성
-그 흐름 이끌 예인선이 급조 정당 조국혁신당
-조국당에 687만 표 준 강남좌파 무리는 대체 누구인가?

트루스가디언은 4.10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보는 특별 릴레이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편집자주-

국민의힘당 참패,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마무리된 4.10총선의 결과는 여러모로 곤혹스럽다. 기존 여소야대 구조의 단순 반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192석이 뭉치면 1930년대 독일 나치와 같은 합법적 전체주의 체제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벌써부터 지적되고 있다. 예견되는 국민적 합의에 따른 입법 독재 상황 전개가 우린 두렵다.

 

그걸 염두에 둔 채 정말 개운치 않은 대목이 조국혁신당 돌풍이다. 그 당은 비례정당 투표에서 687만 4278표(24.6%)를 득표, 무려 12석을 얻었다. 창당 한 달여 만에 22대 국회 원내 3당으로 일어선 것이다. 미리 밝히지만 당 대표 조국이 이끄는 그 당은 우리 헌정사의 심각한 불연속선을 만들어 낼 썩 불길한 요소다. 향후 1~2년 두 가지 사태가 그 당을 매개로 전개될 것이다.

 

두 가지 사태란 탄핵 그리고 개헌을 말한다. 우선 첫째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견인차 역할을 주도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내쫓았던 8년 전 사실상의 체제전쟁을 다시 촉발한다는 뜻이다. 서울 광화문이 다시 난장판이 되고, 적폐청산 구호가 난무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권을 만들어 냈던 ‘느슨한 내란’이 재연되는 것이다.

 

총선 끝난 지가 며칠 됐다고 그건 이미 현실로 등장했다. 요즘 신문과 방송에서 협치가 어떻고 저쩌고 하고, 윤석열 이재명의 영수회담 얘기도 나오지만 그건 그냥 해보는 소리에 불과하다. 이 불행한 한국 정치의 심층에선 윤석열 탄핵 열차가 이미 출발했다. 누구 말대로 안전벨트를 꽉 붙들어 매실 것을 새삼 당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탄핵 파동 때면 등장하는 한국정치의 약방의 감초인 배신자 그룹도 등장했다. 당장 개혁신당 대표로 이번에 의원 배지를 처음으로 단 이준석부터 윤석열 탄핵에 바람을 잡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윤 대통령에게 임기 3년 남은 게 맞느냐?”고 장난치듯 되물었던 걸 기억하실 것이다. 그건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하는 탄핵에 자신도 동조하겠다는 선언이다.

 

이 와중에 좌파의 ‘숨은 신’으로 통하는 평론가 백낙청까지 등판해서 윤 대통령의 퇴진 또는 임기 단축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하나 결정적으로 이미 선동당한 국민들, 즉 조국혁신당에 표를 준 국민이 부글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뒤에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대통령 관저 선정은 물론 의대 정원 2000명, 김포의 서울 편입 정책에 개입했다고 저들은 굳게 믿고 있다.

 

천공 문제를 국정농단으로 몰아서, 즉 천공을 최순실로 둔갑시켜서 윤석열을 끝내 끌어내리자고 민주당이 우리 귓전에 속삭이기만 하면 저들은 바로 광화문광장에 뛰쳐나올 것이다. 맞다. 탄핵의 조건이 완성된 것이다. 한두 달만 더 있으면 ‘질서있는 퇴진’이라는 예전 많이 들어봤던 말도 등장할 수 있다. 그만큼 아찔한 게 따로 있는데, 그게 바로 개헌이다.

 

문재인 시절 저들이 시도했다가 접어야 했던 개헌 공작을 조국혁신당이 주도하면서 그걸 통해 87년 체제를 끝내고 사실상 ‘좌익의 나라’인 제7공화국으로 달려갈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그걸 두루 염두에 두면 2016년 탄핵 정국은 예고편에 불과하며, 8년 뒤인 지금 펼쳐질 드라마가 더욱 무시무시한 ‘한반도 상황 엔드게임’이 될 수도 있다.

 

참고로 7공화국 타령 등은 추정이나 레토릭이 아니고 모두 조국이 최근 자기 입으로 뱉었던 말이고 실제상황이다. 사실 당 대표 조국이가 누구던가? 그는 온갖 파렴치한 가족 범죄의 몸통이다. 그리고 전향하지 않은 좌익 퇴물이다. 그는 이전부터 “내가 사노맹 출신이라는 걸 자랑하지 않지만,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사회주의도 민주주의의 범위에 있다”고 2018년 인사청문회장에서 밝혔던 것도 조국이다.

 

그래서 그의 등판이 썩 불길하다. 사노맹 찌꺼기와 종북주사파의 몸통이 결이 좀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 초록은 동색이 아닐까? 어쨌거나 이 모든 정치적 악몽이 4.10총선 때 다름 아닌 민의의 이름으로 촉발됐다는 점을 새삼 기억해 두자. 포장만 그럴싸한 선거 민주주의의 덫에 대한민국이 빠져버린 상황이다.

 

또 하나 큰 문제는 그럴 위험성이 이 나라 언론에 의해 은폐되거나 거의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런저런 이유로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전국적 지지를 고르게 받았다. 눈에 띄는 호남 지역에서의 일관된 선전은 물론이고 조국혁신당은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은 곳과 정부세종청사와 가까운 세종시 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즉 고학력층으로 분류되는 화이트칼라(사무직) 직군에서도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생활에 여유 안정감이 있고, 학력이 높은 계층 즉 세칭 범강남좌파가 조국혁신당에 호의적이었던 것이다. 단적으로 강남구(조국혁신당 19.25%, 민주연합 14.91%)와 서초구(조국혁신당 20.29%, 민주연합 15.59%)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연합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 내 학군지로 꼽히는 대치동, 서울 서부권의 학군지인 양천구 목동, 서울 동북권의 학군지인 노원구 중계동에서도 그러하다. 정말 놀라운 건 세종시의 읍·면·동 개표 결과다. 정부세종청사 인근 14개 행정동에서 조국혁신당의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체제수호에 앞장서야 할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의 뒤에서 조국혁신당에 몰표를 준 현상은 두고두고 연구대상이다.

 

강남좌파 따위를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장차 펼쳐질 조국혁신당의 헌정사 이탈과 광기를 제어할 힘이 한국사회에 현저하게 드물거나 없다는 점이 사뭇 걱정이다. 자, 이 글의 결론이다. 이번 4.10총선은 제2의 체제전쟁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분명하다. 유권자의 선택이란 게 종종 어리석어서 이번 총선처럼 현대정치사의 심각한 불연속선을 만들 위험성마저 품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우리가 알던 온건개혁정당이 아니고 자유민주당의 정확한 지적대로 위헌 정당에 가깝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천만한 게 조국이 당 대표로 있는 조국혁신당의 돌연한 부각이니 그를 주목하자는 게 오늘 이 글이다. 그래저래 이번 총선에서 조국이 현실정치인으로 부활한 것은 정치적 사생아(私生兒)의 돌연한 등장이 맞다.

 

그런 조국을 두고 당신 뜻대로 하라는 동의를 국민이 덜컥 해주고 만 꼴이기 때문이다. 그를 도화선으로 해서 펼쳐질 이 나라의 무서운 막장 드라마와 한반도 엔드게임을 예의주시하자는 제안을 오늘 새삼 드린다. 물론 우리 자유우파에게는 이 광기의 물결을 막아낼 의무와 권리가 있다.

 

조우석 평론가: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 중앙일보 문화부 문화전문기자, KBS 이사를 역임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보수의 가치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옹호하는 글들을 용감하게 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