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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엔터 비평] ‘뉴진스’ 엄마와 ‘BTS’ 아빠의 이혼...마녀 사냥과 토사구팽의 사이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방시혁 의장의 전격 충돌...방 의장의 기습 해고 통보와 민 대표의 격정 토로.
장기화되면 뉴진스 BTS의 불편한 진실이 튀어나올수도...하지만 갈등은 이제 서막.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단기간 최대 성공을 이룬 '뉴진스'를 가슴으로 ‘낳은’ 뉴진스의 어머니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를 전격 비판하고 나섰다. 4월 25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민 대표는 2시간 넘게 억울함을 격정 토로하며 그야말로 육두문자로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을 비난했다.

 

 단순 반박이 아니라 'X발XX들' 'X랄' 'X저씨들'이라며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냈고, 스스로도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며 흥분하면서 바로 ‘죄송하다’며 참석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참석자에겐 미안하지만 방 의장과 하이브 임원들을 거론하며 욕설을 빼고 언급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낄 만큼 울분과 스트레스가 쌓인 것 같은 눈물 섞인 외침이었다. 하이브가 민 대표를 감사하겠다고 한 지 3일 만에, 그리고 하이브가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하겠다고 한 지 7시간만에 회견을 연 민 대표는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었고, 마이크를 매개로 폭주했다.

 

△짧게 끝난 허니문

 하이브에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그동안 하이브가 실패해왔던 걸그룹 제작에 나섰고, 심지어 신사옥 기획까지 민 대표가 했다는 등 방 의장과 민 대표의 관계는 좋아 보였다. 엔터 업계 두 실력자의 성공적 협업은 허니문 기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하이브의 기습 발표로 깨졌다. 불과 일주일 만에 정확하게는 5일 만에 선전 포고와 반격까지 이어졌다.

 

 하이브는 지난 월요일(4월22일)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계획했다며 감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민 대표 해임안을 이사회에 건의했다. 절차를 따르긴 했지만 사실상 어렵게 스카우트했던 민 대표와의 결별을 공식화하는 ‘통보’였다. 문제는 이런 해고 통보를 민 대표 개인에게 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 언론을 통해 했다는 점 때문에 대중은 놀랐고 민 대표는 놀라는 단계를 넘어 분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이브가 악덕기업인가, 민희진이 마녀인가

 하이브가 또는 방 의장이 민 대표와의 완전한 결별을 위해 통보나 협의 과정 을 거치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 민 대표를 마녀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 민희진은 성공한 여러 걸그룹의 어머니로서 영향력이 크다.

 

 빠르게 변하는 엔터산업에서 SM에서의 ‘소녀시대’는 오래 전이라고 치부한다고 해도, '뉴진스'의 성공은 묵과할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다. 더구나 '뉴진스'가 이제 시작됐고 앞으로 더 큰 성장이 예견되는 예고편이라는 점에서 굳이 민 대표를 ‘시끄럽게 해임하면서’ 생기는 잡음과 하이브에 대한 공격을 방 의장이 예측하지 못 했을리 없다.

 

 하이브의 성장동력이었던 ‘BTS’가 군복무중인 지금, 하이브의 가장 큰 엔진인 ‘뉴진스’가 망가질 수도 있고 파손된 엔진을 수리하는 동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하고도 민희진을 마녀로 만들어야 했던, 또는 민희진이 마녀임을 세상에 떠들어야했던 속내는 무엇일까.

 

△예술가와 직장인 사이

 민 대표는 미술을 전공했다. 정확하게는 디자인 전공이다. ‘나는 나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민 대표는 직장인이라기 보다 예술가에 가깝다.

 

 SM엔터에서의 성공으로 본인 사업체를 꾸릴 수 있었지만, 투자자 비위 맞추고 직원 월급 걱정해가며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경영을 맡을 둥지를 찾아 하이브로 왔는데 ‘경영권 찬탈’이 무슨 어불성설이냐는 게 민 대표의 주장이다.

 

 방 의장이 민 대표 스카우트에 공을 들일 때도 이런 민 대표의 성향을 충분히 반영해 ‘민희진 월드’를 만들라며 부추겼고, 이에 고무된 민 대표가 방 의장 손을 잡으면서 ‘뉴진스’라는 슈퍼 루키가 탄생할 수 있었다.

 

 두 실력자가 손을 잡았으니 시너지는 났겠지만 마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아티스트 콘셉트부터 운영 방식 등 여러 면에서 방 의장과 민 대표는 생각이 달랐고, 일부 합일치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계속 마찰하다 갈등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민 대표는 대표 이사여도 직장인, 샐러리맨임을 약간 간과하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민 대표 스스로 ‘월급쟁이 사장’이라고 했듯이 민 대표는 오너(Owner) CEO가 아니다. 민 대표 스스로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너 CEO가 아닌 ‘페이(Pay) CEO’로서의 한계가 적을 거라고 기대했기에 민 대표는 열심히 회사에 본인 의견을 피력했다.

 

 방 의장이 민 대표를 설득하며 했던 달콤한 제안을 너무 믿었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이 남녀 관계는 아니지만 달콤한 허니문은 짧게 끝나고 이제 이혼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파탄난 부부의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자기 주장만 고집하기 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만 빌보드 1위를 달성한 팀이 망가지지 않고 여러 종사자가 애써 쌓은 K-pop이라는 공든 탑에 누가 되지 않는다.

 

△K-pop의 미래

 민 대표가 육두 문자와 거친 표현을 가감 없이 내뱉으며 반격했으니 이번 분쟁은 더 커질 확률이 높다. 장기화되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겨 영광은 없는 ‘상처뿐인 상처’로 끝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뉴진스, 아일릿, 르세라핌 그리고 BTS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이 계속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이 분쟁이 얼마간 지속되건 민 대표는 자발적인 퇴사 또는 해고의 차이만 있을 뿐 하이브를 나와야 한다. 그 기간 동안의 출혈은 이제 예정되어 있다. 민 대표가 좀 더 보통의 직장인들 같았거나 하이브가 좀 더 보통의 회사 같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강을 건넜고 다시 돌아갈 다리는 없어 보인다.

 

 세계를 사로잡은 ‘뉴진스’ 신화를 만든 민희진, 그런 민희진의 안목을 고비용을 감수하고 캐스팅한 방시혁, 그 누구도 승자는 없을 전쟁에 이제 겨우 서막이 시작됐다.

 

<전문기자, theMedia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