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1만여명이 러시아에 파병했거나 파병될 예정이란 소식을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이 공식 인정한 가운데, 러시아가 외국인들을 자국 군대에 ‘속임수를 써서’ 편입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을 위해 싸우고 죽어가는 외국인들>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기사는 네팔인, 슬로바키아인, 브라질인이 러시아 군에서 전투를 벌이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사실을 다뤘다. 이들은 현재 모두 우크라니아 포우 감옥에 포로로 감금돼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네팔인 A씨는 유학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 유학에 필요한 돈을 모두 잃은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A씨는 러시아 군대와 계약을 맺었는데, 신병 모집인이 “부상당한 사람을 돕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꼬드겼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최전방에 보내졌는데 그 군대에는 다른 네팔인도 4명이 더 있었다고 한다.
EU 및 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 국적 B씨는 사연이 더 기구하다. B씨는 자연 속에서, 숲 속에서, 시베리아에서 사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B씨는 러시아 국적을 따기 위해 러시아군과 계약을 맺었는데, 군에서 참호와 벙커를 파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B씨는 “헛소리였다. 그들은 나를 속였다”면서, 자신이 지뢰밭에서 허둥대다 총을 떨어뜨리고 포로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B씨는 슬로바키아로 송환하는 걸 거부하고 있다. 감옥에 간다는 게 이유다. B씨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길 원한다.
브라질인 C씨는 호주에 거주하다 러시아 IT 기업의 입사 제의를 받았다. 알고보니 이 회사는 러시아 군 정보를 취급하는 곳이었다. C씨는 드론을 날리는 임무를 받고 기차에 태워졌는데, 자신은 그런 일을 원했던 게 아니라고 불만을 뱉을 때마다 “내일 해결해 주겠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다 최전선에 보내진 걸 알게 됐지만 탈출하려 하면 체포되거나 총에 맞을 것이란 위협뿐이었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 군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외국인 수는 수천명에서 수만명 사이다.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고 있다. 다만 네팔인과 스리랑카인의 비중이 제일 높다고 한다. 매체는 “이들 외국인 포로가 우크라이나의 골칫거리”라며 “그들의 본국이 포로들의 송환에 소극적이라 우크라이나로서는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