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손정의 회장을 면담하며 "AI 조언"을 부탁했다. 이날 손 회장은 사람의 두뇌보다 1만배 이상 뛰어난 인공지능인 초인공지능(ASI)을 강조하고 이러한 인공지능 전환을 위해 에너지 확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모든 국가와 기업들은 ASI 시대를 준비해야 하고 ASI 구현을 위해서는 네 가지 자원, 즉 △에너지 △반도체 △데이터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인재양성을 위해 산업통상부와 ARM이 '한국의 반도체-AI 산업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를 기반으로 양 측은 워킹그룹을 형성해 'ARM 스쿨'(가칭) 설립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ARM 스쿨은 ARM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교육기관으로서 이 기관을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설계 인력을 약 1400여명 양성할 것이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팹리스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강화할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손 회장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어 이러한 강력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미 간 메모리 얼라이언스가 더 강화되는 것은 한국의 레버리지가 더 강해지는 길일 것"이라면서도 "한국에 결정적인 약점은 에너지다. 에너지가 충분치 않다. 한국 기업들이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아직은 그 규모가 매우 작다. 구축 계획이 더 커지려면 에너지 확보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기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저탄소 친환경 전력 공급 여부가 데이터센터의 결정적인 요소다.” 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면서 한국 AI 데이터센터의 심각한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전력 부족이 강조되고 있다.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약 8TWh(테라와트아워)로 중국의 12분의 1, 미국의 22분의 1밖에 되지 않아서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데이터센터가 취약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2030년까지 원전 50대 규모인 50GW(기가와트) 수준의 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하며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한국은 전력 소비량이 미·중 대비 미미한 수준임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전력 인프라 취약성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수도권 전력 수요 불균형인 바 수도권은 전국 전력 소비의 40%를 차지하지만 자급률이 66% 정도밖에 되지 않아 공급이 부족하고, 이를 비수도권에서 공급받고 있어 결국 송전망 건설이 필수적이나 이는 현실적으로 장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 이처럼 에너지가 인공지능전환에 중요한 가운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 계획을 12차 전기본에도 반영할지 여부가 여론조사와 토론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로 확정된 11차 전기본의 내용이 불과 약 10개월 만에 재검토되는 것이라 에너지 정책의 안정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첫 총괄위원회에 참석해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을 국민 여론조사와 대국민 토론회를 거쳐 조기에 확정, 12차 전기본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설비용량 1.4GW(기가와트)급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당시 민주당의 동의를 거쳐 마련된 계획이지만 원전 업계에서는 백지화 가능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의 중심이 재생에너지로 넘어가고, ‘감원전’ 정책이 추진된 탓이다. 이날 김 장관이 신규 원전 건설을 여론조사·토론 결과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기본 최종안은 국가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내용인데 불과 10개월 만에 뒤바뀐다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나라의 핵심 에너지 정책을 전략적 검토와 과학적 검증이 아닌 여론조사 등을 통해 판단하겠다는 것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다. 더구나 올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은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동의한 계획이다. 당초 한국수력원자력이 연내 원전 부지 공모에 나서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신규 원전 건설을 원점에서 다시 판단하겠다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그러니 공론화라는 명분으로 시간을 끌어 아예 백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사실상 ‘탈(脫)원전 시즌2’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이번 판단은 원전을 ‘기저 전원’으로 삼고 화력발전 및 재생에너지 등으로 전력 수급 변동을 보완했던 기존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도대체 선진국 중 어떤 나라가 이미 확정된 계획을 여론조사로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말인가. 게다가 원전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인사가 전기본 총괄위에 다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에너지 정책이 과학이 아닌 이념에 휘둘릴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 전력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전쟁이 한창이다. AI 데이터센터 가동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지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 변화에 따른 간헐성 때문에 기저 전원인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도 아직은 요원하다.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앞다퉈 대형 원전 건설로 회귀하는 이유다. 에너지 백년대계를 여론몰이로 결정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공론화 계획을 당장 접고 원전을 중심에 둔 에너지믹스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옳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2023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생산에 도달하기 위한 풍력발전 계획의 중장기 플랜을 제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0일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제2차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현재 0.35GW 수준인 해상풍력 발전을 2030년까지 10.5GW, 2035년까지 25GW 이상 보급하기로 했다. 발전단가는 2030년까지 1kWh(킬로와트시)당 250원 이하, 2035년까지 150원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2024년 83GW에서 2034년 441GW로 확대될 전망이나 국내는 해상풍력 지원 기반시설 부족, 금융 조달 애로, 복잡한 인허가,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해상풍력 상업운전이 저조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해상풍력 건설의 핵심 인프라인 항만·설치선박·금융 확충에 힘을 싣기로 했다. 현재 해상풍력을 지원할 수 있는 항만은 목포신항 1곳뿐이다. 정부는 기존 항만 기능을 조정하고 신규 지원부두 개발을 병행해 2030년까지 연간 4GW를 처리할 수 있는 항만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설치선박도 민간·공공 투자를 유도해 2030년까지 15MW(메가와트)급 4척 이상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재생에너지 확대를 천명해 온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재생에너지 금융지원이 올해 2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기후부는 이러한 내용의 2026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 최종 확정됐다고 3일 밝혔다. 부처 예산 및 기금의 총지출 규모는 19조1662억원으로 올해(17조4351억원)보다 9.9% 늘었다. 정부 안보다도 최종 379억원 증액 조정됐다. 최종 증액된 사업으로는 △햇빛소득마을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지원(975억원) △학교∙전통시장∙산업단지 태양광설비 확대를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지원(118억원) 등으로 정부안보다 총 2679억원이 늘었다.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재생에너지 전환 지원은 대폭 늘어났다. 에너지는 지난해 대비 예산 증가 폭이 36.4%로 자원순환(14.8%), 자연환경(13.5%), 물관리(12.0%), 환경∙에너지 일반 등(11.2%)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RE100 산업단지와 영농형 태양광, 해상풍력 확대 등을 위한 내년도 금융지원 예산은 6480억원에 달한다. 올해(3263억원) 대비 무려 98.6%가 늘었다.
기후부는 이외에도 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예산으로 지난해(1564억원)보다 37.1% 늘어난 2143억원을 사용한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조기 구축을 위한 고압직류송전(HVDC) 기술 개발 예산은 올해 추경 편성에 이어 내년에도 120억원을 책정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후부 출범 이후 첫 예산은 탈탄소 녹색문명 전환,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체계 대전환, 기후위기 시대의 안전 기반시설(인프라) 확충,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는 사회 조성을 목표로 편성했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집행관련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예산의 차질없는 집행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풍력 태양광이 밀집해 있는 호남서해안 지역을 지원하려는 사업임이 드러나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 (AX)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중요 국정과제다. 손정의 회장의 지적처럼 한국에 결정적인 약점은 에너지인데 이런 기후부의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으로 인공지능 전환 (AX)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