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디지털자산(암호자산)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2009년 암호화폐가 출시되면서 암호화폐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으나 그 후 NFT Metaverse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각종 자산이 등장하면서 디지털자산 또는 암호자산이라는 용어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2기 행정부의 디지털자산 육성정책에 힘입어 암호화폐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1만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니어스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키는 반면 그동안 미국연준이 연구해 오던 등 CBDC(중앙은행디지털통화)는 금지시키는 등 미국 실정에 맞는 디지털자산 육성정책을 강력히 시행하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육성정책을 강력히 시행하고 있는데는 미국경제의 특수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 미국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 트럼프가 주장하고 있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의 핵심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1조 1337억 달러로 GDP 대비 -3.9%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4.7%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가 미국의 일자리를 앗아간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의 표밭인 미국 중부 러스트벨트의 일자리를 앗아간다고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리하게 높은 관세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기축통화국인 미국으로서는 경상수지 적자 축소는 다른 한편 달러패권을 위협하는 문제가 수반되게 된다. 미국의 적자가 줄어들면 달러가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에 공급되지 않아서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지적한 예일대 교수 트리핀의 이름을 따서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라고 한다.
미국 달러가 직면한 대표적인 불균형 문제인 트리핀 딜레마를 푸는 데 암호화폐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안돌파토(David Andolfatto)가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월 "민간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private cryptocurrency)가 현재 전 세계 각 나라의 외환 보유고에 있는 미국 달러화를 대체한다면 미국 달러화가 당면한 트리핀 딜레마는 해결될 것이다." 이 밖에도 그는 기본적으로 암호화폐는 민간에서 발행한 돈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달러의 발행과 거래를 굳이 탈중앙화된 합의 방식을 거쳐 분산원장에 기록해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달러가 암호화폐로 대체되는 일은 없으리라고 덧붙였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으로 달러와 미국 국채가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해 말 35조 2512억 달러로 GDP 대비 121%에 도달했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미국의 국가부채는 2차대전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방비 지출이 막대했던 2차대전 직후 1946년 GDP대비 119%까지 상승했다. 그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작은 정부를 표방했던 레이건행정부 시절 1981년 31%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 2012년 다시 100%를 넘어서고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132%까지 급등한 후 다시 다소 낮아졌으나 여전히 120%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국채의 수요처가 없을 경우 미국은 국채를 더 이상 발행하기 힘들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인데 미국 국채를 준비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디자털자산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제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출되는 등 너무 늦게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의 이러한 실정을 이용해 동아시아의 통화패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중국은 위안화 CBDC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약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위안화 CBDC를 QR코드를 통해 사용하는 경우가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원화 대신 위안화가 사용되는 통화대체(currency substitutuion)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심할 경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할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미국을 본따서 그동안 추진해 오던 원화 CBDC 발행을 중단했는데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을 위해 우선 국내 코인발행(ICO) 또는 거래소발행(IEO)을 허용해 한국 디지털자산발행업체들은 해외에서 발행으로 인한 국부유출과 산업 위축 초래를 방지해야 한다. 이 밖에 △1코인거래소 1은행 원칙 폐기 △디지털금융의 이상거래 탐지로 소비자 보호하기 위해 현형 금융정보분석원 (금융의 이상거래탐지) 같은 디지털금융정보분석원 설치 △비영리 법인 가상자산 거래시작 및 법인·기관 제한 없이 시장 참여 허용 △가상자산 현물ETF 거래 허용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스테이블 코인 규율 체계 도입 △코인 수익 5천만원까지 완전 비과세 등 획기적인 과세 체계·제도 마련 △NFT 등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자산시장 육성 △한국은행과 협의해 한국형 CBDC(중앙은행디지털통화) 발행으로 위안화 CBDC 역내 확산에 대응 △ 디지털금융 시대 세계적인 디지털금융 중심지 육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디지털 자산 육성 기본법 제정 △대통령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립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자율규제기관인 디지털금융협회 설립 (은행-은행협회, 보험회사_보험협회 등과 같은 자율규제기능 수행)도 필요하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