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서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소기업을 운영하는 노모 씨(70세·남)는 최근 7700만원을 사기꾼들에게 뜯겼다. 유튜브를 시청하던 중 '정부지원금 신청하세요'라는 배너 광고를 클릭한 게 화근이었다. 노씨에게 접근한 범인들은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를 보낼 테니 연결된 URL로 들어와 로그인을 하라고 지시했고, 이는 범인들이 노씨의 휴대폰을 완전히 장악하는 경로가 됐다.
노씨는 모 은행에 7000만원가량의 대출금이 있었는데, 16%가 넘는 고율이었다. 범인들은 소상공인 대상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저리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고 속인 뒤 노씨에게서 7700만원을 현찰로 뜯어내는 데 성공했다. 노씨는 한때 피싱을 의심했지만, 범인들이 알려준 은행 상담창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니 실제 상담원으로부터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는 의심을 풀었다. 하지만 그 전화번호는 이미 노씨의 휴대폰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던 범인들과 공모한 또다른 범인의 번호였다.
이들은 노씨에게 "정부 지원에 한계가 있어 갈아탈 은행에 먼저 입금을 하는 사람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속여 거액의 현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노씨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딸, 친척 등으로부터 현금을 빌렸다고 한다. 노씨는 "범인들과 연락이 끊긴 뒤에야 당했다는 걸 깨달았지, 그 큰 돈을 내 발로 가져다 주면서도 사기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웠는데 시키는 대로만 하면 이자를 대폭 낮출 수 있다는 희망에 눈이 멀었던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노씨의 처조카가 대구에서 강력계 경찰로 일하고 있어 물어보니 돌아돈 대답은 "아이고 이모부님, 그 돈 벌써 캄보디아로 갔어요"였다고 한다. '정부 지원 신청하세요'란 광고 문구에 속았던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게 그 처조카 경찰의 전언이었다고 한다.
노씨의 부인은 기자에게 "그 아가씨가 그럴 리가 없는데"라며 사기를 당한 뒤에도 범인 중 한 명을 '아가씨'라고 호칭했다. 노씨 부부에게서 범인들에 대한 분노나 원망보다 '기회를 놓쳤다'는 듯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 것도 특이했다.
최근 경제와 관련해 문제가 된 가짜뉴스는 이처럼 단순한 소문을 넘어 금융 사기나 특정 기업 음해 및 정치적 목적을 가진 조직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빈번하고 피해가 큰 유형은 금융 및 투자 유도형 가짜뉴스다. 유명 언론사나 경제지를 사칭해 가짜 기사를 배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의 뉴스 검색 결과를 교묘히 활용하거나, 실제 언론사 사이트와 똑같이 만든 가짜 페이지를 통해 ‘상장 임박’ 혹은 ‘대박 종목’ 등의 허위 정보를 퍼뜨려 200억 원대 이상의 투자금을 가로챈 사례가 적발됐다.
유명한 기업 대표나 유명 주식 전문가를 사칭해 ‘비공개 투자 비법을 알려준다’는 식의 가짜 광고와 기사가 SNS상에서 지속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더본코리아는 이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선언하기도 했다.
또 실제 증권사 앱과 유사한 UI를 가진 가짜 사이트를 개발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인한 뒤, 입금된 돈을 들고 잠적하는 피싱 조직들이 최근 대거 검거됐다.
특정 대기업이 곧 부도가 난다거나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식의 루머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바 있다. 실제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며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주가와 협력사들에게 큰 혼란을 주었던 사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AI를 이용해 목소리와 얼굴을 조작한 딥페이크(Deepfake) 경제 뉴스가 정교해지고 있다”며 “정부나 대기업이 보증하는 코인/주식’이라는 자막과 함께 나오는 영상일지라도 공식 채널이 아니라면 반드시 의심해 보라”고 조언했다.
송원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