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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오정근 칼럼] 중동 정정 불안의 파장과 대응전략

韓, 원유 약 70%·LNG 20% 중동에 의존… 중동 사태에 메가톤급 악재 직면
美 국채, 9개월 만에 최대 매도 기록… 유가 상승에 이은 인플레이션 부담
이념 편향 기업 압박 법안 재검토 등 정쟁 멈추어야… 전쟁 장기화 대비할 때

불과 두 달 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기습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전격적으로 이란을 공습,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48명을 폭살함으로써 미국에 대립각을 세워 온 외국 수장(首長) 2명을 연달아 끝장내는 면모를 보였다. 1979년 루홀라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 이후 이란을 37년 통치한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는 반미·반이스라엘을 내세워 핵 보유를 추진해온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행동을 감행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미국인의 생명 보호와 그 나라 인민의 독재자로부터의 해방이다. 다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 전 ‘힘의 논리’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매년 구매하는 최대 수입국으로 이란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 중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해상 수입 원유량의 13.4%인 138만 배럴을 이란에서 구입했다. 중국은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이란을 상대로 헐값에 원유를 수입할 수 있었다. 중국은 이란이 아닌 다른 산유국에서 물량을 늘리려면 연간 30억~8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는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란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따른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키우기 위해 중국의 정책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나라다.

 

미국의 무차별적인 관세정책으로 흔들리던 동맹들도 이번 공습을 계기로 이란을 압박하는 데 힘을 보탰다. 프랑스와 독일·영국 정상들은 지난 1일 공동성명에서 이란의 무차별한 미사일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필요시 방어적 조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관계를 재설정하던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와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이란의 핵 개발을 비판하며 미국을 지지하는 실리 외교에 나섰다. 유럽연합(EU) 역시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을 위협하는 이란의 행위에 반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하메네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미국의 공격을 “국제 규범을 위반한 암살”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는 발을 뺐다. 심지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중국과 인도 등 우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러시아는 뒤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는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서 조달하고 있어 국제 원유가격 상승은 러시아에게 호재다.

 

그러나 당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 공습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사망한 데 따른 ‘보복전’의 불똥이 중동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역대 최대 규모의 보복’을 선포하고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한 데 이어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중동 내 미군 거점을 향한 무차별 공격에 돌입했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이란의 보복전에 가담했다. 만약 중동 정정불안이 오래갈 경우에는 세계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중동이 보복전의 수렁에 빠지면서 한국 경제는 메가톤급 악재에 직면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중동에 의존한다. 이 중 95%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온다. 아직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란 사태를 계기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중동 지역 의존도를 낮춰야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상 운임이 최대 80% 폭등하며 한국은 심각한 전력난과 물류 차질에 직면하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로 안전자산 선호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 호황 덕에 2월에도 29% 급증하며 순항 중이던 수출까지 발목이 잡힐 수 있다. 경기가 지난해 이제 막 1% 성장에서 벗어나려는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게 된다.

 

중동 확전 여파로 외환·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저성장 탈출은 요원해진다. 월가는 유가가 80~90달러로 고공 행진하면 한국을 비롯한 석유 수입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약 0.3~0.4%포인트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로 오르면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0.6%~0.7%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금융·자산 시장도 일제히 요동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주말 새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유조선 4척을 공격하자 글로벌 해운사들이 잇따라 운항을 포기하면서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 중 약 20%를 차지하는 요충지다. 이런 영향으로 이란 사태가 발생한 뒤 가장 먼저 문을 연 아시아 증시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 속에 일본 닛케이, 대만 자취엔 등 주요 지수가 개장 직후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변동폭을 줄이면서 '블랙 먼데이'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미국의 국채는 9개월 만에 최대 매도를 기록하며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9bp 상승해 4.05% 돌파했다. 이는 6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이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확산되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 국채를 대거 처분한 때문이다. 모기지 금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차입 비용 상승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결정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에 이은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안보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란 사태가 북한이 더욱 핵 개발에 매달리는 빌미로 작용하거나 미국이 전략 자산을 중동에 집중시키면서 동북아시아 안보 태세가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현실 인식이다. 우리로서는 세계 최강의 나라를 곁에 두고 있는 것보다 안전한 길은 없다. 최근 한국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마찰음이 나오고 있는 점은 바로 시정되어야 한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관세정책에 대한 미국 대법원의 위법판결로 높아진 글로벌 불확실성이 중동 정세 급변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빈틈없이 수립해야 할 때다. 우선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대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책이 필요하다. 수출 경쟁력 하락에도 대비해야 하고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산업에 대한 지원책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의 재상승에도 유의해야 한다.

 

지금 국회에서 막무가내로 가열되고 있는 이념 편향 기업 압박 법안들을 재검토하는 등 정쟁을 멈추어야 한다. 지금은 비상상태가 목전에 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업들을 옭죄는 법안들과 세법들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해야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금융기관은 물론 동맹인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 경제 안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전쟁 장기화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