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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언론재단, 열독률 조작으로 언론사 광고단가 순위 뒤바꿔” 의혹

특정신문사 부각위해 통계조작 및 항목추가 등 편법조사의혹제기
“통계학적으로 사용 불가한 조사 방법 등으로 열독률 조작해 3500여 정부 광고주에 강요”
표본 쓸데없이 10배로 늘리는 등 세금 낭비...관련 자료와 관계자들 증언에서 밝혀져
표 이사장, 주도 간부 A 씨 등 조사 불가피할 전망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 이사장 표완수)이 정부 광고를 집행하면서 지난 2021년부터 기존의 열독률 조사를 변형하고 사회적 책무 가치 항목을 추가시키는 등의 조작·편법을 통해 언론사별 광고단가 순위를 뒤바꾸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단 전 미디어연구센터장 A씨가 국회 답변에 허위 자문을 하고 재단은 A씨 주도하에 엉터리 통계조사 방법을 동원, 2년간 약 21억 원의 세금을 낭비한 것은 물론 이처럼 왜곡 조사된 신문 열독률에 의한 광고 지표를 3500여 정부 광고주에게 강요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바른언론 트루스가디언이 확보한 관련 자료와 관계자들 증언에 따르면 사태의 최초 발단은 ABC협회 부수 공사 제도의 신뢰성 등에 의문이 제기돼 이를 대체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비롯됐다. ABC 부수 공사는 신문구독료 및 신문수송우송료지원 보조금에만 활용될 뿐 정부 광고 수탁업무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제도이다. 이에 정부 광고단가 책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열독률에 구간이 나눠지고 조사 표본 수가 턱없이 늘어나는가 하면 사회적 책무 지표란 항목이 전체 40% 배점 비율로 추가됐다.

 

열독률 조사란 '지난 1주일 동안 읽은 종이신문의 이름(신문 제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는 설문조사를 말한다. 5개 구간으로 나뉘어 5점씩 차등 점수가 매겨진다. 1구간 60점, 2구간 55점 식으로 5점씩 차감된다.

 

그 결과 지난 2021년 특별한 외부 조건 변화 없이 신문 열독률과 정부 광고단가 순위가 뒤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ABC 부수 공사를 대체하는 종이신문 열독률 조사에서 조선일보가 3.735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앙일보'(2.4519%), '동아일보'(1.9510%), '매일경제'(0.9760%), '농민신문'(0.7248%), '한겨레신문'(0.6262%) 등의 순이었다.

 

신문 열독률 구간별로는 1구간에 13개 매체 2구간에 27개 매체로 분류됐다. 1구간에는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광주일보, 국제신문, 농민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매일신문, 부산일보, 영남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이상 가나다순)이 꼽혔다.

 

그러나 같은 해 언론재단이 취합한 정부 광고단가 자료에서는 원래 열독률 조사에서 6배 차이가 나던 1위 조선일보와 6위 한겨레의 순위가 바뀌어 한겨레신문이 1위로 올라섰다. 언론재단이 공개한 광고단가(1면 5단 통) 시뮬레이션 결과도 한겨레가 333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그다음이 조선 3229만원, 중앙 3229만원, 동아 3195만원, 농민 3160만원, 한국 3128만원 순이었다. 

 

조선일보는 2022년에도 언론재단이 조사한 열독률은 1위를 기록했지만 광고지표에서는 15위에 그쳤다. 언론재단의 광고지표에는 총 410여개 신문사의 점수가 순위로 매겨지며 연간 1조원 규모의 정부 광고 집행 시 ‘핵심지표’로 활용된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A 씨 주도하에 기존의 열독률 조사 이외에 사회적 책무 가치 조사라는 항목이 추가돼 배점이 6대 4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또 이를 수행하는 업체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 섭외 과정이 불투명한 것은 물론 통계학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엉터리 열독률 조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A 씨는 2020년 11월께 ABC 유료 부수 조작 의혹이 제기됐을 때 민주당 김승원 의원 등의 국회 현안 질의 답변의 자문을 위해 찾아온 문체부 B 전 미디어정책과장에게 “정부 광고는 ABC부수공사 결과에 따라 광고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그게 두 배 부풀려지면 신문광고비 역시 두 배 지급한 것이라 큰일이다”고 거짓 답변했다.

 

B 전 과장은 국회 김 의원 사무실에 그대로 보고한 뒤 뒤늦게 ‘법령상 ABC 부수공사와 정부광고비와는 전혀 무관함’을 확인했다. 문체부는 그러나 정부 광고와 관련한 별다른 후속 대책 없이 A 씨가 기획하는 대로 언론재단에 개선방안을 맡겼다.

 

문체부는 이에 따라 2021년 7월 언론재단의 ‘전국 5만명 국민 대상 구독자 조사’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의 5000명 표본조사보다 표본이 10배 많아지면 그만큼 더 정확해 질 것’이라는 A 씨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서 정부 광고주들과는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

 

조사통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조사 방법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당시 조사에서 열독률 조사는 전체 5만1788명(표본오차 ±0.43%) 대상으로 이중 신문구독 응답자는 전체 13.2%로 표본크기가 6836명에 불과했다. 

 

결국 의미도 없는 조사에 표본을 쓸데없이 10배나 늘림으로써 2021년 7억원, 2022년 13억원 등 2년 동안 21억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2차례에 걸친 조사업체 선정심사위원 5명 중 4명(A 씨, 전 언론재단 간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본부장, 미디어본부장)은 아예 고정 멤버로, A 씨 본인과 A 씨 지인 겸 배우자 직장동료, 대학 동문들인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더 하고 있다. 이 중 한 명은 열독률 자문단이기도 하다.

 

한 언론재단 관계자는 “이 같은 열독률 조작사건은 과거 유신이나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신종 언론탄압 유형으로 특히 통계학적으로 황당한 조작을 통해 신문사 광고 단가 순위가 뒤바뀌도록 한 행위는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사건보다 훨씬 위중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씨는 물론 결재과정에서 이를 허락 내지 무마해준 표 이사장 등 경영진에 대한 관계 기관 조사가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표 이사장은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지침에 따라 기관운영비 등이 삭감된 가운데 기관장 관용차 전담 기사 하루 부재 대체를 위해 하루에 무려 78만 원을 렌터카 등 대여 비용으로 지출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표 이사장은 또 이 와중에  27일~7월1일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신문협회 총회 참석을 이유로 출국하려 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28일 국회 현안 질의 참석 등을 이유로 불허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