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단식 6일차를 맞았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전날(4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출석을 요구했지만 대신 최고위원회의 및 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 촉구 국제공동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향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망가지고 있다”며 “군부독재의 군홧발이 사라진 자리를 검사독재의 서슬퍼런 칼날이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독재란 곧 ‘생각의 독점’을 뜻한다. 독재 권력의 통치는 언제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에서 시작했다”며 “‘지금을 군부독재 시절과 비교할 수 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권을 ‘군부 독재정권’에 비유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제가 단식으로 느끼는 고통이 있다 해도 감히 군홧발에 짓밟혀가며 민주공화국을 만들고 지켜낸 선배들과 비교나 할 수 있겠는가”라며 자신의 단식을 ‘민주화 투쟁’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전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국제공동회의 개최,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민주주의 회복 촛불 문화제 개최 등 전방위 대정부 공세에 나섰다.
그는 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영해 주권을 수호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 열린 일본 원전 오염수 투기 중단 국제공동회의에서는 “30년 전 러시아 방사선 폐기물 해양 투기에 앞장서서 반대하고 끝내 중지시켰던 일본”이라며 “그런 일본이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하는 건 전 세계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오후 7시에는 민주당이 개최한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민주주의 회복 2차 촛불 문화제’에 참석해 “모두가 힘을 합치고,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밖을 향해서 함께 힘쓴다면 반드시 이 거대한 장벽도 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제가 조금씩 힘이 빠져가는 만큼 여러분이 조금 더 힘을 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5일 이 대표를 향해 “명분도 실리도 없다”며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께 감히 말씀드린다. 이제는 단식을 멈추어 달라”며 “명분도 실리도 별로 없다.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여론은 매우 냉소적”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매우 힘들어 하시고 걱정이 많으시다”며 “민주당 의원으로서 매우 마음이 불편하며 난감하고 착잡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가 뵙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마음이 전혀 내키지 않는 걸 짐짓 아닌 척 하고 싶지 않다”며 “더구나 단식을 응원하고 부추기는 주위 분들의 언동을 보면 아예 절망”이라고 했다.
그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과 폭정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윤 대통령의 폭주와 독단을 제어하는데 단식이 별로 유효적절하지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정치인들의 모습이 그렇듯이 병원에 실려 기는 광경이 그다지 당당해 보이지 않고 비루해 보이기까지 한다”며 “그럴수록 민심을 얻고 스마트하게 유능한 방법으로 해야 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정치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는 “정치는 무릇 국민들 걱정을 덜어들이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 아니겠나”라며 “하물며 걱정을 더 끼쳐드려야 되겠느냐. 나아가는 것도 용기이겠지만 멈추고 뒤로 물러서는 것도 때로는 더 큰 용기”라고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이날 이 대표 단식에 대해 “핵심 지지층은 굉장히 결집하고 있는데 외연 확장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B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까지 YS나 DJ 이런 분들은 단식 목적이 간명하고 단순했는데 이번에는 두루뭉술한 게 사실”이라며 “어느 것 하나 용산(대통령실)이 ‘알았다, 그래 내가 받을게’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가 스스로 조건이 있는 단식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 더욱더 난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탈진해서 쓰러지고 이건 생명이 위독하겠다고 해서 실려가는 것 외엔 지금 달리 방법이 없지 않나”라고 전망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