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하루 만에 철회해 재추진하자 "탄핵안에 동의할 수 있는 동의권이 침해됐다"며 권한쟁의심판과 탄핵안 재상정을 막기 위한 가처분신청을 청구하겠다고 밝히고 11일 본격 준비에 착수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전날인 10일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탄핵안에 동의할 수 있는 동의권이 침해됐음을 이유로 국회의장을 상대로 한 권한쟁의심판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제기할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내에는 같은 내용의 탄핵안을 상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신청까지 같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장은 저희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민주당이 제출한 탄핵안 철회 건을 접수해 처리했다"며 "탄핵소추나 해임건의안은 보고된 후 72시간이 지나서 폐기되기 때문에 (본회의에) 보고된 시점으로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어코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려고 시도한다"며 "국회사무처에서 형식적으로 탄핵소추안 철회를 받아주더라도 법적으로는 명백히 무효다. 그 법적 효력을 다투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사부재의 원칙은 의회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무도한 탄핵안을 처리하기 위해 일사부재의 원칙을 훼손하고 흔들려 하는 건 역사의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보고됐다. 이에 국민의힘이 당초 예정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포기하고 퇴장하면서 탄핵소추안 처리가 불발됐다.
국민의힘 입장은 이미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소추안이 일사부재의(국회에서 한번 부결된 안건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하지 못하는 것) 원칙에 따라 철회하거나 재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법 90조(의안·동의의 철회) 2항에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의제가 된 의안 또는 동의를 철회할 때는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회사무처는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소추안이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철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김진표 국회의장이 결재했다. 국회법 90조 1항은 의안 발의 의원 2분의 1 이상이 철회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이를 철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하루 만에 탄핵소추안을 자진 철회하고 재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30일과 내달 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보고·의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의장의 철회 신청 처리 여부에 대해 "(의장이) 결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권영진 국회 입법차장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오늘 12시45분께 김진표 의장이 최종 결심을 해서 철회됐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국회법 제90조 2항에 본회의에서 의제된 의안을 철회할 때는 본회의 또는 의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는데, 탄핵소추안이 접수되고 본회의에서 보고됐지만 의제가 전혀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나'라는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의 질문에 "결국은 보고된 것이지, 의제로 설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 총장은 "탄핵소추에 관한 국회법 규정에 90조에 대한 특별 규정을 두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싶은데, 법률적 미비인지 해석의 차이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 부분은 일반적으로는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들이 협의해서 처리했는데, 그런 부분에 법 해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법)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윤재옥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되면 일사부재의 원칙을 형해화하는 것"이라며 "의장님과 사무처가 이미 법적 조치를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은 하겠다"라고 밝혔다.
만약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직무대행) 1인 체제가 되면서 당장 이달 말까지로 예정된 MBN 재승인 여부를 비롯해 연말 KBS 2TV와 MBC, SBS UHD, 지역 MBC, 지역 민방 86곳에 대한 재허가와 내년 상반기 채널A, 연합뉴스TV 등의 재승인 심사도 모두 정지돼 차질을 빚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