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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국, 자체 핵무장 나설까

최근 미국 학계와 정계 일각에서 한국 자체 핵무장 찬성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인 세계 비확산(NPT) 체제를 무너뜨리며 주변국 일본, 중국 등의 핵무장 도미노 현상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밝히고, 그의 측은인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함에 따라 한국의 독자 핵무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좌절된 핵보유국의 꿈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비밀리에 자체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닉슨 행정부가 주한미군 7사단을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북한의 무력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한군 단독으로는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1970년 6월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했고 여기에 ‘무기개발 위원회’라는 비밀기관을 만들었다. 1973년 남한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자국인 핵, 화학,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을 은밀하게 포섭하고, 해외에서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소재나 장비를 구입했다. 프랑스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1974년 매년 20kg 상당의 핵분열성 플루토늄을 제조할 수 있는 재처리 시설의 설계도를 완성했다.

 

그러나 미국 정보 커뮤니티는 한국의 비밀 핵무장 시도를 알아차렸다. 1974년 인도가 비동맹 개발도상국가로서 최초로 핵실험에 성공하자 미 정보당국은 핵무기 관련 자재에 대한 각국의 수입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남한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주한 미 대사관의 정무참사관이었던 폴 클리블랜드는 “미국은 자료를 기초로 조사에 착수했고 비교적 단시일내 은밀한 소식통으로부터 남한의 핵개발 계획 착수에 대한 분명한 확증을 얻었다”고 했다. 1974년 11월 주한 미 대사관은 남한이 “핵개발 계획의 제1단계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라는 1급 기밀을 자국에 타전했다.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주한 미국 대사관에 비밀전문을 타전해 “대한민국 정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고 핵 실험이나 핵무기 운반 체제 개발 능력을 최대한 억제하라”고 비밀 지령을 내렸다.

 

1975년 8월 제임스 슐레진저 미 국방장관, 1976년 6월 도널드 럼스펠트 국방장관이 서울을 직접 방문해 남한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경우 한미관계가 와해될 수 있다고 박 대통령에게 직접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결국 프랑스와의 계약을 취소했지만 핵무기 개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핵연료개발공사를 만들고 발전용 원자로에서 사용할 핵연료봉을 제조하라고 명령했다. 1978년 프랑스와 재처리 시설에 관한 협의를 재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카터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총리와 담판을 지었다.

 

● 한국의 안보 최고정책결정자들은 독자 핵무장을 원하나?

2022년 12월 북한의 무인기들이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 이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외교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원한다면 우리의 과학기술로 오래 걸리지 않고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23년 4월 한미 정상 차원에서 핵확장 억제 운영 방안을 적시한 최초의 합의 문서인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채택하는 데 만족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강연에서 자체 핵무장에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할 때마다 그런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 마음먹으면 1년 내에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면서도 "단순히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경제학과 정치경제 방정식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선언’을 성사시킨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전 성균관대 교수)은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는 현실주의자다. 그는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현실주의 학파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를 지도교수로 두었다. 현재 김태효 차장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한 북한 비핵화를 중시한다. 하지만 여건이 허락된다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도 크지 않을까.

 

●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압도적 국민여론

국민의 70% 이상은 압도적으로 자체 핵무장에 압도적으로 찬성한다. 지난 2월 최종현학술원은 한국 국민의 72.8%가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9월에는 이 수치가 76.6%에 달했다.

최근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9일 한국 지식인의 34%가 한국의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핵무장에 반대하는 지식인 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황이 변화하면 의견을 바꿀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의 저자인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29일 화상 간담회에서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제외하고 북한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및 핵 관련 합의만 한다면 핵무장을 지지하지 않은 한국 지식인들의 절반 이상이 이에 대한 의견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에서도 핵무장 찬성 의견이 솔솔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자체 핵무장에 찬성함에 따라 의회에서도 핵무장 찬성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외교통'으로 꼽히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일 "북한이 핵 폐기를 할 때 우리의 핵도 동시에 폐기하는 제한적 의미의 자체 핵무장을 하자"고 주장했다.

 

●미국 학계의 한국 핵무장 허용론

미국 내 핵무장 허용론에는 친동맹과 반동맹이 혼재한다. 미국 다트머스대 국제학부의 제니퍼 린드와 대릴 프레스 교수는 북한의 핵무력이 날로 증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선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2021년 10월 미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폭탄을 만들어야 하는가(Should South Korea build its own nuclear bomb?)”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얼핏 보면 서울과 워싱턴을 묶는 연대는 견고해 보이지만 사실상 강력한 지정학적 세력들에 의해 찢어진 한미동맹은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살리는 유일한 길은 한국인들이 워싱턴의 대부분이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즉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분석한 한미동맹이 위험에 처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미국과 한국의 외교 정책적 우선순위들 사이의 균열이다. 둘째, 점증하는 북핵 능력의 고도화다.

한편 카토(CATO)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박사는 “미국이 왜 부자 나라들을 위해 돈을 쓰고 피를 흘려야 하는가”라며 핵무장을 하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철수하자고 주장한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시사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이 충분한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철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위태로운 위치에 4만명(실제는 2만8천500명)의 군인이 있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타임은 이 발언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중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까지 고려한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며 “(미국의) 핵확산 방지 정책은 실패했다. 중·러는 핵을 현대화했고, 북한과 이란도 핵능력을 보유했다. 우리를 위협하는 자들이 전혀 지키지 않는 규범을 우리만 지키기 위해 ‘벌’을 받을 순 없다. 오히려 뒤처진 핵균형을 위해 핵무기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강경한 대(對)중국 노선을 핵심으로 한 국방전략문서(NDS)의 기안을 주도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