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돈을 받아 기소된 전직 언론사 간부들이 수억대 주택 구입 자금과 골프, 식사, 휴가비 등 김씨로부터 각종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은 그 대가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특혜 기사는 보도하지 않는 등 김씨에게 유리한 여론 형성을 도왔다.
3일 조선일보는 전직 한겨레신문 부국장 석모씨와 중앙일보 간부 조모씨 등의 검찰 공소장을 입수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공소장에는 이 같은 정황이 기재돼 있다.
먼저 석씨는 2018년 말~2019년 초 김씨 등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무주택자라고 하소연하면서 “서울 집값이 올라 집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자 김씨가 “청약을 하려면 강남이나 좋은 동네에 해라. 돈이 부족하면 내가 도와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석씨는 2019년 5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고, 김씨로부터 총 8억90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석씨는 당시 별다른 자산이 없고 기자 급여만으로는 고급 아파트 분양에 소요되는 거액을 반환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김씨가 담보 제공, 차용증 작성, 이자 약정 등을 요구하지 않고 거액을 제공한 것은 대장동 사업 관련 우호적 여론 형성에 도움을 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의사로 금품을 무상 제공하려 한 것”이라고 봤다.
조씨는 2018년 7월 김씨와 식사하면서 “주식 투자에 실패해 손실이 크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는 “돈을 맡기면 키워줄 테니 돈을 보내라”고 답했다. 조씨는 김씨에게 8000만원을 보냈데, 김씨는 9개월여가 지난 뒤 1억8000만원을 수표로 돌려줬다. 신문에 따르면, 이 돈은 김씨가 투자로 불린 게 아니라 별도로 마련해 건넨 것이다.
그밖에도 석씨와 조씨는 김씨로부터 골프, 식사 등을 수시로 제공받았고 명절에 한우세트 등 고가의 선물도 받았다고 한다. 조씨는 2021년 8월에는 자녀의 사립초등학교 등록금 고지서(182만1000원)를 김씨에게 보내며 교육비 지원을 요청했고, 김씨는 100만원을 건넸다.
검찰은 “오랜 법조기자 생활을 한 김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 성공을 위해선 사업과 관련된 특혜, 문제점 등을 다루는 기사가 보도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고 기자들을 꾸준히 관리했다”고 했다. 또 김씨가 동업자인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씨, 배성준(천화동인 7호 소유주)씨 등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는 것이다.
다만 김씨가 석씨나 조씨에게 구체적으로 보도를 청탁했다는 정황은 공소장에 담기지 않았다.
한편 김씨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이들과 함께 수사받던 전직 언론인 A씨는 지난 6월 숨진 채 발견됐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