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의 폐해의 심각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가운데, 뉴스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포털의 책임에 대한 강조와 함께 이른바 ‘가방법’(가짜뉴스방지법) 제정 등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가짜뉴스가 초래하는 경제적·심리적 피해 규모가 워낙 커 ‘표현의 자유’의 범주로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11일 바른언론시민행동이 주최한 <최근 새로운 가짜뉴스의 대두와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김병희 서원대 교수는 이처럼 가방법 제정을 비롯해 포털 제휴 언론사의 퇴출 기준 강화, 브랜드 안전 기준과 준수 지침 마련, 포털 알고리즘 개발에서 유사언론 평가요인 고려 등을 가짜뉴스 방지책으로 제안했다.
김 교수는 ‘유사 언론’의 개념을 “사이비 언론 또는 사이비 기자가 하는 부당이득 추구 활동을 총칭하는 것”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했다.
먼저 김 교수는 이같은 유사 언론 방지를 위해 ‘뉴스제휴사의 퇴출 기준 강화’를 강조했다. 포털 중심의 기사 유통 체계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사 언론 지수 평가에서 적색 평가를 받은 매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입점 심사에서 유사언론 횟수를 고려해 입점 심사에 반영하고, 포털사 자체적으로 매년 유사언론 행위의 전체 건수와 연도별 유사 언론 추이를 발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악성 사이버렉카의 가짜뉴스 생산 폭증 등 유튜브가 가짜뉴스 생산의 온상이 되고 있는데도 유튜브가 국내의 방송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에서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22대 국회에서 가짜뉴스 차단 의무화법을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다”며 “플랫폼에 허위조작 유통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피해자의 정보 삭제 요구권을 명시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에서는 2023년 8월부터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하면서 가짜뉴스 유통에 대해 플랫폼 업체에 분명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김 교수는 이어 ‘브랜드 안전’(brand safety)이란 디지털 환경에서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부적절한 콘텐츠나 맥락에 자사의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기업이 관리함으로써 자사의 브랜드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하면서, 부적절한 콘텐츠 옆에 광고가 게재되면 광고하는 브랜드 가치가 손상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광고가 게재될 콘텐츠의 기준을 명시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플랫폼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바른언론시민행동에 활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2025년부터 베스트 언론 10곳, 워스트 언론 10곳을 선정해 발표하자는 것이다. 그 기준으로는 심층 취재 여부, 팩트체크와 반론권 보장, 어뷰징 행위 없음 등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성윤호 한국광고주협회 본부장은 “2022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감을 보면, 신문들이 많이 늘어서 저널리즘 자체가 개선됐다는 증거가 어디에도 없다고 나온다”며 “대부분의 신문은 타 언론사나 통신사 전재해 정부나 기업 광고를 따내는 데만 치중한다”고도 했다.
성 본부장은 또 “AI 기술을 활용해 가짜뉴스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면서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은, 포털이 먼저 투자해야 한다. 네이버에 제휴돼 있는 천개의 매체에 대해 네이버가 먼저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날 한 참석자는 “가짜뉴스를 수사당국에 고발해도 검찰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며 “사법적 결론이 필요한 사안은 철저히 수사를 해줘야 가짜뉴스와 싸울 의지가 생기지 않겠는가”라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발표에 앞서 개회사를 한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는 "2007년 스마트폰이 발명된 이후 거의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연결된 스마트폰을 통해 플랫폼 시대가 도래했고,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정제된 언론이 아닌 유사언론이 만연한 실정"이라며 "현대 국가는 대의민주주의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정보를 잘 제공받은 유권자들이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이라고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격려사에서 "가짜뉴스, 유사언론, 이런 것들은 진짜 뉴스와 정도 언론이 제대로 되면 없어지지 않을까"라며 "우리가 다 아는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주류 언론에서도 가짜뉴스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최 전 장관은 "지난 주말 민주당과 좌파 집회 사진은 크게 보도하고, 보수우파 시민들의 '탄핵 반대' 집회는 전혀 다루지 않는 게 현재 한국의 주류 언론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