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율 25%에서 15%로 낮추기로 관세 협상을 타결해 언론은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 속에서, 여러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매일경제는 “쌀과 소고기를 지킨 대가가 너무 크다”고 비판했고, 조선일보는 “미국과의 난제가 많이 남아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이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협상 타결을 위해 물밑에서 지원한 기업 총수들에 대한 경영 부담을 주기 보다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지원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는 1일 <쌀·소고기 지킨 대가 너무 컸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하지 않은 것을 큰 성과로 꼽는다”면서 “그런데 쌀·소고기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얼마만큼 양보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쌀 등은 이 정부 핵심 지지층의 관심 사안이고 식량 주권은 당연히 소중하다. 그러나 '한국은 무엇으로 먹고사는가' 하는 질문만큼 본질적이지는 않다”며 “협상을 할 때 특정 가치가 과대 대표되면 본질적 이익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합의에는 수긍하면서도 쌀·소고기를 지킨 대가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이날 <관세 타결과 한미 정상회담, 큰 고비는 넘었다>는 사설에서 “대미 무역 흑자의 60%를 차지하는 자동차의 경우 일본·유럽 등 경쟁국에 비해 유리하던 여건이 사라졌지만 최악은 피했다”며 “큰 고비는 넘겼지만 우리 부담은 크다. 일본의 경제 규모가 한국의 2.5배라는 것을 고려하면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는 일본의 5500억달러에 비해 과도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직 한미 간에는 국방비 증액, 방위비 분담금, 주한 미군의 대(對)중국 역할과 같은 난제들이 남아 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며 “두 정상이 신뢰를 쌓아야만 한미 동맹 앞에 놓인 난제를 풀어 나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관세 협상 일단 '선방' … 진짜 숙제는 이제부터다>라는 사설을 통해 “‘성공적 협상’이라고 과하게 자찬해서는 곤란하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양국이 어제 타결된 합의 원칙을 앞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충돌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어제 세법 개정안을 통해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상해 2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업의 경영 부담을 높이는 ‘더 센 상법’과 ‘노란봉투법’까지 예고했다며 “기업들은 졸지에 해외 투자 확대와 국내 규제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한국 정부가 기업 총수들까지 현지에서 뛰는 등 기업의 역량을 앞세워 고율 관세 폭탄을 피했다면 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책을 강화하는 게 순리”라며 “말로만 실용적 시장주의가 아니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뒷받침이 절실해졌다”고 밝혔다.
반면, 경향신문은 <'최혜국 지위' 받은 대미 관세 협상, 위기·기회 함께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무엇보다 쌀·쇠고기 시장 개방을 막아 ‘식량주권’을 지켜낸 것은 성과”라며 “12·3 불법계엄으로 국정 공백이 길어져 한국은 미국과 협상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3500억달러 투자도 ‘생돈’이 나가는 것이다. 국내 일자리 부족으로 제조업 분야 투자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인데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라며 “향후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식 발표할 때까지 어떤 변수가 더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관세 협상 타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의 시작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경제·사회 전 분야에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관세 협상으로 피해를 보게 된 분야에 지원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고,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미국 의존도를 줄인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