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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김민의 엔터 비평]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까?

수많은 스타가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대중가요계에서 10년 이상 잊혀지지 않는다는 건, 단순히 노래를 잘 한다거나 실력 있다는 간단한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중가수로 20년 이상 잊혀지지 않은 ‘코요태’라는 혼성그룹은 그런 면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세기말인 1998년에 데뷔한 팀이 27년간 가요계에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빨리 끓고 더 빨리 식는 대중가요 팬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의미는 충분하다.


그런 장수그룹의 오랜 리더인 신지의 결혼 발표가 화제가 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축하 인사보다 먼저 도착한 건 비난과 걱정, 그 너머의 성화였다. 상대가 누구인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런 사람과 결혼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고, 급기야 ‘신지를 보호하자’는 명분하에 대중의 참견은 마치 가족이나 보호자처럼 들이닥쳤다. 그러나 실상 그것은 ‘보호’라기보다 ‘통제’에 가까웠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달인 6월, 배우 최여진은 7세 연상의 김재욱 씨와 결혼식을 올렸고, 곧 남편의 과거와 재력과 이혼 경력을 둘러싼 논란이 쏟아졌다. 가평에서 수상레포츠를 통해 만난 남편에 대해 최여진은 “처음엔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성격과 내면에 끌렸다”고 밝혔고, 김재욱 씨 역시 “2016년 전 아내와 이혼했고, 2017년부터 별거 중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여론은 멈추지 않았다. 남편이 전처와 거주하던 집에서 최여진이 함께 머물렀단 사실이 사진으로 공개되며 불륜 의혹이 일어났다. 원만했던 부부의 집에 모델 출신 연예인이 함께 먹고 자고 하니 이때부터 이미 부적절한 관계였던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의혹에 의혹을 더해 증폭돼 갔다. 급기야 전처가 직접 나서 “모든 관계는 이미 정리된 상태에서 최여진을 만난 것이며, 불륜은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유명인은 대중의 관심으로 먹고 살지만, 팬이라고 해서 스타의 사생활에 감정을 개입시켜 간섭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연예인의 사적인 선택 앞에서, 때때로 대중은 자신의 감정과 판단을 마치 당연한 권리인 양 내세우며 간섭하기도 한다.

 

물론 연예인이 자신의 사생활을 대중 앞에 본인의 의지로 공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슈’가 될 가능성을 이미 감수한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과 공격적인 반응은 분명한 사회적 문제다. 그러나 만약 연예인의 사생활 공개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거나 대중의 반응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면, 그에 대한 비판 역시 공개한 사람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대중은 여전히 연예인의 삶에 ‘반응’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미디어는 그런 반응을 적극적으로 콘텐츠화한다. 만약 그런 반응이 불쾌하고 통제 불가능하게 번지는 것이 두렵다면, 애초에 사생활을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결국 이 문제는 연예인과 대중, 양측의 균형 있는 책임을 요구한다. 한쪽의 도 넘는 참견도, 다른 한쪽의 무분별한 노출도, 사생활이 심판대에 오르는 왜곡된 구조를 되풀이하게 만든다.

 

연예인은 우리 곁에 살지 않지만, 스마트폰 속에서는 놀라울 만큼 가까운 존재다. TV 속의 모습, 인터뷰에서의 고백, 팬들과의 실시간 소통은 그들을 마치 '우리가 잘 아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이 친밀감은 때때로 착각을 부른다. 친근한 감정을 넘어 조언하고 간섭해야 할 것 같은 감정은 때로 연예인을 미성숙하고 판단 능력이 부족한 존재로 느끼게 한다. 자신이 가르치고 바로잡아줘야 할 존재로 보이는 우월감으로 발전한다.

 

예술가의 삶은 일반적인 생애 주기와는 다른 리듬을 따른다. 감정에 민감하고 즉흥성을 요구하는 직업 특성상, 그들은 사회적으로는 빠르게 성숙하는 반면, 감정적으로는 순수하고 본능적인 면을 지닌 경우가 많다. “저 나이에 왜?”, “왜 그런 사람과 결혼을?” 같은 질문은 대부분 평균적인 기준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애초에 ‘정상적인 라이프 사이클’로 단순히 환원할 수 없다. 감정과 감수성을 도구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선택은 계산보다 직관에 가깝고, 삶은 안정보다 표현에 가깝다. 이러한 표현은 때로 다수가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연예인 스스로도 자발적인 공개가 관심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면, 그로 인한 불편함과 비판 역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몫이 있다. 무엇을 공유할지, 어디까지 지켜낼지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하며, 공개 이후 쏟아지는 반응이 불쾌하거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해서 그 책임을 오로지 대중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스스로 모든 걸 안다고 믿는 것, 어쩌면 그것이 모든 관계가 틀어지는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연예인과 대중들은 서로가 가까운 존재처럼 느껴지더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적당한 간격이야말로 과잉정보 시대에 서로를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개인의 관계를 타인이 깊이 알기는 어렵다. 특히 그 관계가 남녀 간의 애정사라면 당사자조차 자신의 감정을 모를 정도로 복잡한 것일 수도 있다. 대중이 인식하는 배우나 가수의 모습은, 짜여진 대본에 따라 연기하거나 정해진 가사를 노래 부를 때의 이미지에 국한된다. 이미지 또한 포장되거나 조장될 수 있는 지극히 피상적인 형태인데, 왜 대중은 연기와 노래만으로 해당 인물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할까.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으로 인간 그 자체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사실 별로 없다. 배우와 가수는 연기와 노래를 표현하는 매개체일 뿐, 그 모습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됐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사실 대중이 포장된 이미지와 실제 모습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연예 산업 특성상 마치 드러나는 가공된 이미지가 실제 모습인 것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과 비현실의 착각은 수익을 위해 유도할 때는 별문제되지 않지만, 앞서 언급한 결혼과 같이 개인의 현실을 마주해야 할 때 배우와 가수는 유명세의 부작용을 치러야 한다. 인기 있는 모델이었어도 민머리 이혼남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고, 유명 가수여도 무명 홀아비 가수와 결혼할 수 있다. 결혼과 유명세는 별개이고, 사랑과 인지도도 무관하다. 하지만 대중은 자신이 지지하고 애정을 쏟았던 대리인이 외모가 부족하거나 전처와의 자식이 있는 남자와 결혼하길 바라지 않고, 자신이 간섭해도 된다는 착각에 빠져 만난 적도 없는 연예인의 결혼에 반대 서명까지 벌이기도 한다. 불륜이었으면 지탄받아야겠지만, 유명세를 얻기 위해 이용했다면 비난도 당연하겠지만, 아직 밝혀진 바 없는 소설에 감정 이입해 내가 좋아했던 배우나 가수가 부족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에 결사 반대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물론 낸시 랭의 사례처럼 대중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모든 걱정은 현실이 될 확률이 적으며, 특히 그 걱정의 대상이 타인이라면 당사자가 걱정을 고마워할지부터 감안해야 한다. 여러 의혹과 비난의 눈초리 속에서 결혼을 결심한 이들에게 그들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걱정 같은 간섭을 하기보다는 우선 축복하는 게 멋진 팬으로 남는 길일 것 같다. 또한, 사생활마저 미디어를 통해 노출해 부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연예인의 특성상 결혼마저 노출해 이슈를 만들지, 아니면 조용하고 엄숙한 결혼을 택할지 양자택일하는 성숙된 자세도 요구된다. 결혼마저 소위 비즈니스로 생각해서 공개하고 자랑했다면, 이로 인해 다소 시끄러워지고 비난받는 것마저 감수해야 하는 게 연예인의 삶이 아닐까. 연예인들이 팬들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 팬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기 원하는 익명의 대중들은 과연 내가 타인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도 있다.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의심과 지나친 간섭보다는 결혼이라는 큰 결정을 한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축복하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민 전문기자 theMedia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