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 7월 단통법 폐지와 삼성전자 갤럭시 폴더블7(폴드7·플립7) 출시를 계기로 내놓은 ‘미리보상 프로그램’ 이 10년 전 소비자 피해 우려로 중단된 ‘중고폰 선보상 제도’와 사실상 동일한 형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으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단통법 폐지 후 최근 출시된 KT 의 미리보상 프로그램은 휴대폰 개통 시 단말기 출고가의 50%를 미리 할인받고 2년 후 단말기 반납과 KT 회선 유지 및 기기 변경을 의무로 하는 구조다. 그러나 과거 중고폰 선보상제처럼 이용 도중 해지하거나 타사로 이동할 경우 할인 받은 금액 전액을 위약금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불공정 마케팅이 되살아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이 KT 로부터 제출 받은 ‘폴더블7 미리보상 프로그램 가입현황’에 따르면, 9월 15일 기준 가입자 중 50대 이상이 52.8%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50대 30.3%, 60대 17.3%, 70대 5.2%였고, 심지어 10대 청소년도 1.4%로 나타났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2015년 통신 3사의 ‘중고폰 선보상제’가 이용자에게 불리한 약정을 강제하고, 중도 해지 시 선보상액 전액을 반환하도록 한 점을 문제 삼아 34억 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에는 단통법 시행으로 합법적인 지원금 외 추가 지원금을 과다하게 지급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고, 고가요금제를 강제하거나 가입자들에게 중고폰 반납조건에 대한 고지를 소홀히 해 논란이 됐다.
KT는 이번 프로그램을 ‘단말기 출고가의 50% 보장’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2년간 플립7은 매월 1만500원, 폴드7은 1만7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할인이라기보다는 2년간 이용료 납부를 전제로 한 선지급 구조에 가깝다.
또한 폴더블7 단말기 특성상 빈번히 발생하는 스크래치, LCD 주름, 힌지 유격 등의 사유가 감정 감점 기준에 포함되어 있고, 반납 시 중고폰 가치가 절반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다.
다수의 이용자들이 2년 후 반납 시점에 발생할 손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고가의 휴대폰을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는 마케팅에 현혹돼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KT는 “분실, 파손 보험 혜택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지만, 실제 반납 시 손상이 크면 보험 보상 금액 외 자부담비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명확히 고지하지 않고 있다.
김장겸 의원은 “KT 의 미리보상 프로그램은 ‘할인’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조건을 숨긴 전형적인 소비자 오인 유발 행위”라며 “방미통위는 이통사의 선보상 프로그램 전반을 점검해 이용자 피해 방지 및 소비자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송원근 기자